팬데믹 국면에도 ‘기후 위기’ 관심 높아 (연구)

[사진=wildpixel/gettyimagesbank]
하나의 이슈가 발생하면, 다른 이슈는 망각하기 쉽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은 줄었을까? 다행히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 역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유한한 걱정의 웅덩이(finite pool of worry)’라는 가설이 있다. 걱정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기면 다른 걱정거리는 등한시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 팬데믹이 사람들의 주된 관심이 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호소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제기돼왔다. 영국 연구팀이 ‘글로벌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는 종종 다른 이슈에 의해 덮이는 경향이 있다. 가령 지난 2008년 미국은 금융 위기에 빠지자,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덮는 영향력으로 작용했을까? 다행히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발표된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영국 거주자 1858명을 대상으로, 지난 14개월간 기후 변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었다. 실험참가자들은 “나는 기후 변화가 진짜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한다”, “미디어는 기후 변화에 필요 이상의 우려를 자주 표출한다” 등의 문장에 동의하는지 답했다.

그 결과, 지난 14개월 동안 기후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약간 증가한 경향을 보였다. 연구 시작 시점보다 마감 시점, 기후 변화가 진짜라고 믿는 믿음, 인간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됐다는 생각 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영국에서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중 더 위협적인 것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바이러스가 43%로, 기후 변화(42%)보다 약간 많았다. 하지만 영역을 유럽으로 확장하자 기후 변화가 더 위협적이라는 답변이 45%, 전 세계로 확장했을 때는 55%까지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위협해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기후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에 미디어가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에게 ‘청년들의 기후 파업’, ‘멸종 저항 시위’, ‘영국 기후 의회’, ‘호주 산불’, ‘영국 폭풍’, ‘알프스와 그린란드의 녹아내리는 빙하’ 등을 뉴스 헤드라인으로 접한 적이 있는지 묻자, 이 같은 정보량과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이 소셜미디어 메시지 1억 2400만 건을 살핀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은 증가해온 반면,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경향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지금 시국에 맞춰 보다 공유할 가치가 있는 뉴스거리로 생각됐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 위기는 전반적으로 유한한 걱정의 웅덩이 가설을 적용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이는 그 만큼 사람들이 기후 변화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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