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지도 시시하지도 않은…공포감도 ‘적정 구간’이 있다

[사진=Marharyta Fatieieva/gettyimagesbank]
공포 영화를 보고, 귀신의 집에 놀러가고, 흉가를 체험하는 것은 공포감이 주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즐거움은 공포감이 ‘스윗 스팟(최고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혹은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무섭지 않으면서, 시시하거나 유치하지도 않은 정도의 지점까지 공포감과 즐거움이 비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포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지된다. 위험한 상황 혹은 불쾌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부러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책을 읽고 무서운 게임을 한다. 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연구자들은 공포감이 우리에게 어떠한 감정을 촉발하는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실린 덴마크, 미국, 영국 공동 연구에 의하면 ‘오락 기능을 하는 공포감’은 무섭지만 스릴 있고 재미있는 스윗 스팟 구간에서 벌어진다.

연구팀은 덴마크에 있는 어트랙션의 하나인 ‘디스토피아 헌티드 하우스’에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귀신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집에 들어가는, 일종의 귀신의 집과 같은 어트랙션이다.

헌티드 하우스에 입장하기 전 실험참가자들은 심박동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착용했다. 또한, 귀신의 집을 통과해 출구로 나온 뒤에는 해당 체험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또 얼마나 무서웠는지에 대한 설문에 응했다.

연구팀은 헌티드 하우스 내 특정 세 장소에서의 실험참가자들의 기분 상태도 체크했다. 세 장소는 계단에서 좀비가 뛰쳐나오거나 전기톱을 든 사람이 쫓아오는 등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등장해 공포감을 주는 곳들이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헌티드 하우스가 무서우면서도 즐거웠다고 답했다. 또한, 특정한 세 장소에서의 공포감과 즐거움을 분석한 결과, 둘 사이의 유의한 연관성이 드러났다.

U자를 뒤집은 형태의 상관 곡선이 그려진 것이다. 사람들은 일정 수준까지는 공포감을 느낄수록 더욱 즐거움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으나, 특정 세 장소처럼 공포감이 스윗 스팟을 초과하는 순간 즐거움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무서운 동시에 즐겁기도 한 최고의 순간인 스윗 스팟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공포감은 커지는 반면 즐거움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심박동수 변동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박동수의 잦은 변동이 관찰된 사람일수록 즐거움을 크게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스윗 스팟에 도달하는 순간까지였다. 이를 넘어서 심박동수의 변동이 훨씬 커진 순간에는 즐거움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포감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면 왜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공포감이 지나치게 커졌을 때 사람들은 해당 상황에 압도되는 것일 수도 있고, 더 이상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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