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넘치는 사회의 비폭력 요구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60호 (2021-02-15일자)

싸움 잘하고 남 괴롭히는 것이 자랑거리일까?

이재영, 이다영에 송명근, 심경섭까지…, 배구계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최신 뉴스를 보니까 쌍둥이 국가대표의 어머니까지 비난받고 있군요.

우리나라에서 집단정서로 누군가를 비판할 때 다른 목소리를 내면, 함께 비난과 저주를 받기 마련이라는 건 잘 알지만,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궁금증을 억누를 수가 없군요. 과연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선수들만의 문제인가요, 배구계 만의 문제인가요? 스포츠 전체의 문제이자, 학교 전체의 문제는 아닐까요? 어쩌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는 아닌지….

요즘 종종 TV 채널을 돌리면서 걱정이 듭니다. 온통 핏빛 폭력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싸움질이 넘쳐납니다. 물론, (유럽과 달리) 미국 영화에도 폭력물은 있습니다만, 대부분 전·현직 군대특수요원이나 경찰 등 특수직업인과 관련된 ‘생사 폭력’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친척끼리도 치고받습니다.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멋지게 포장됩니다. 주인공은 싸움질도 잘 해야 하고, 상대방을 이겨야 합니다.

유투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계속 녹화 방영되고 있는, UFC의 상당수 경기가 ‘19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폭력적 장면에 대해 경계한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폭력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복도에서 주인공이 일진을 제압한다는 미명으로 폭행이 횡행합니다. 상대방을 폭력으로 무릎 꿇리는 것이 미화됩니다.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동물이므로, 폭력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 자신의 폭력이나 남에 대한 괴롭힘을 합리화, 미화하기 마련이겠지요. 지금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단체생활과 승패가 삶의 대부분인 운동선수들에게 다른 학생과 달리 이상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요?

당연히 스포츠 선수들이 과거 폭력에 대한 사과가 말뿐이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오는 행동으로 옮겨야겠지만, 어렸을 때 잘못에 대한 지금 언론과 댓글러들의 융단폭격이 옳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 몰려가 정치권의 힘을 빌려서 스포츠 선수들의 과거를 뒤늦게 응징하며 매장시키는 것이 과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일까요? 특히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선수는 며칠 전 극단적 시도까지 했는데….

지금도 학교에서 유무형의 폭력이 횡행하고 있고, 운동선수끼리는 더 할 겁니다. 제 친구의 아들도 몇 년 전 폭력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폭력을 앙갚음의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이 폭력을 줄일까요? 저는 TV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서 폭력장면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싸움질 잘하는 것이 절대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계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교사를 통해 사소한 괴롭힘과 작은 폭력도 예방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고요.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하는 문화는 지금 사라지고 있지요? 싸움질로 남을 무릎 꿇리거나 남을 협박해 복종시키는 것도 못난 짓이라는 인식이 크게 번져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누군가를 결과적으로 응징하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그것과 폭력적 괴롭힘이 무엇이 다를까요?


[핫 닥터] 소아신경질환 ‘진심 의사’ 이지훈 교수

삼성서울병원은 의료계에서 ‘친절문화’를 퍼뜨린 병원이지요.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51)는 그 병원에서도 친절의사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환자행복팀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 교수의 환자 부모들이 인터넷 곳곳에 남긴 글들을 보면 감동적입니다. 난치성 뇌전증, 발달지연 및 근육위축병 등의 환자 아기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의사입니다.

☞이지훈 교수 스토리 보기


오늘의 음악

1978년 오늘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이루마가 태어난 날이네요. 그의 세계적 히트 곡 ‘River Flows in You’ 준비했습니다. 이어서 1857년 오늘 세상을 떠난 러시아 작곡가 미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을 마린스키 극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시지요.

  • River Flows in You – 이루마 [듣기]
  •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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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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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 2021-02-15 11:04:59 삭제

      정말 동의합니다. 폭력은 나쁘다면서 보복행위는 도덕적이라는 편견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학창시절 잘못한 것을 비판한답시고 왜 현재 살아가는 거까지 트집을 잡는 건지. 우리나라는 여론이 너무 극단적이게 매번 흘러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극단적인 냄비 여론을 비판하는 논리도 좀 답답한게, 거의 '중립 브레이크(이 편도, 저 편도 들지 않는다'의 '논리'중심주의에만 치우쳐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보복행위가 문제인거에요. 네티즌들은 도덕적 권한도 없는데 폭력을 비판한답시고 2차폭력, 즉 보복행위를 하는 게 문제인 건데 '누구 의견이 옳으냐'에만 강박관념을 갖고 살펴요. 그게 핵심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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