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헬스리서치] 건강한 치아는 아파트 한 채 값

며칠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에서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9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잇몸병이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3배도 아니고 10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치은염, 치주염, 풍치를 비롯해 치아를 받치고 있는 치은과 치주 인대 및 골 조직에 생긴 염증을 말하는 잇몸병은 아주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세 이상의 성인은 과반수에서, 35세 이후에는 4명당 3명꼴로, 그리고 40세 이상의 장년층이나 노년층의 경우 80~90%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는 잇몸병. 하지만 그동안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잇몸병은 관절염, 심장병, 당뇨병, 암, 호흡기질환 심지어는 치매 위험까지 높이는 원인이 된다.

잇몸병이 있으면 신체의 다른 곳에서 염증을 악화시키고 이 때문에 다른 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잇몸병의 하나인 치주염이 있으면 치아 플라크(치태)의 세균이 면역체계에 의한 공격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염증이 초래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아를 지탱하는 연조직과 뼈가 침식될 뿐만 아니라 신체 곳곳에서 염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치의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잇몸병이 호중구로 불리는 혈액세포에 도화선을 다는 작용을 해 그 후 신체의 다른 곳에서의 감염에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호중구는 다형 핵 백혈구로 운동성과 식세포 작용이 두드러지고 급성 염증에서 중심적 구실을 한다. 인체의 선천적인 면역 방어의 일부인 호중구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신호 분자를 방출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백혈구가 1단에 있어야 할 때 마치 2단 기어에 있는 것과 같다”며 “이럴 때 호중구가 훨씬 더 빨리 사이토카인을 방출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암과 관련해서도 심각한 잇몸병은 췌장암과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 따르면, 입안에 있는 세균이 신체의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 종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잇몸병의 기저를 이루는 병원성 세균의 독성 인자가 입으로부터 신체 다른 부위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독성 인자는 암과 관련된 조직 파괴의 중추 메커니즘에 가담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레포네마 덴티콜라로 불리는 치주염 유발 세균이 췌장암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떻게 이 세균으로부터 나온 효소가 증식을 해서 췌장암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냈다.

이 효소는 암 세포가 건강한 조직에 침입하거나 신체 여러 곳에 퍼지는 것을 돕는다. 또한 암세포를 발견하거나 죽이는데 도움을 주는 면역체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 펠뮤터 암 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식도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 특히 타네렐라 포르시티아로 불리는 특정 구강 세균은 식도암 종양이 발생할 위험을 21%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유방암을 비롯해 폐암, 담낭암, 인후암 등이 잇몸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잇몸병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위험을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치매 위험도 높인다.

잇몸병에 관여하는 세균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에도 주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 루이빌대학교 치의학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잇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세균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로부터 추출한 DNA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런 잇몸병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과의사들은 △치아와 잇몸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칫솔질 하는 습관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 받기 △조금이라도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치과 방문하기 등을 꼽는다.

‘치과의 비밀’의 저자인 치과의사 류성용 박사는 이 책에서 “치과 질환의 대부분은 위의 3가지 사항만 잘 지켜도 거의 100% 예방이 가능하며 이제 치과를 아픈 치아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건강한 치아를 관리하는 곳으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류 박사는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면 건강한 자연 치아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대략 3000만원이며 사람은 누구나 자연 치아 28개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약 8억400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인생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고 썼다.

사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병장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올바른 칫솔질과 같은 작은 건강관리 습관부터 실천해보는 게 어떨까.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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