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뉴스위크》 등에서 필명을 날리던, 세계적 과학 전문기자 샤론 베글리가 지난달 16일 폐암으로 64년 삶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나라에도 《너무 다른 사람들》 《달라이 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과학 저널리스트다.

그는 평생 담배를 입술 근처에도 대지 않았다. 샤론은 마지막 기사 원고를 ‘STAT 뉴스’에 보낸 지 5일 만에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기사의 제목은 ‘그러나 나는 결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였고, 사망 후 24일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되며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기자가 죽으면서 던진 메시지는 비흡연 폐암자에 대해 인식을 바꾸고, 폐암에 대한 진단 가이드라인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 폐암 환자의 84%, 남성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폐암의 예방, 진단이 흡연정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최근 《JAMA 온콜로지》에 따르면 미국 폐암 환자의 12%가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자였다.

미국에서는 2017년 3개의 대표적 병원에서 폐암 환자 1만2103명을 분석했더니, 1990~1995년에는 비흡연자가 8%였지만, 2011~2013년 14.9%로 늘었다. 영국에서는 폐암 환자 2170명 대상의 조사에서 비흡연자가 2018년 13%에서 2014년 28%로 증가했다. 이들 선진국에서 흡연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 추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 마운트시나이 병원의 앤드류 카우프만 박사는 “제대로 분석하면 미국에서는 폐암 환자 가운데 여성 20%, 남자 9%가 비흡연자로 추정된다”면서 “비흡연자 폐암을 따로 분류해도 전체 암 가운데 발병률, 사망률 모두 10위권에 든다”고 말했다.

샤론은 흡연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진단 가이드라인의 수정을 제안하면서 대한민국의 폐암 진단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에서는 2019년 대한민국의 조사연구결과 비흡연자에게서 0.45%, 흡연자에게서 0.86% 폐암이 발견됐다며, 연구자가 정책입안자에게 비흡연자에게도 저선량 CT 촬영을 통해 조기발견토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소개했다.

이 조사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이춘택 교수팀이 2019년 세계폐암학회 학술지 《흉부종양학회》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진단법은 1999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도입했고 다른 병원들로 도입해서 조기진단율을 크게 올리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의대 종양학과 조세핀 펠리치아노 박사는 “비흡연자 폐암의 중요 원인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 진단, 치료가 집중돼야 할 것이지만 그런 것은 없다”면서 “공기오염, 라돈, 가족력, 유전적 경향 등과 만성적 폐 감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만성질환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샤론은 ‘마지막 기사’에서 비흡연자 폐암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랜턴 파마의 파나 샤르마 대표는 “다른 병에는 다른 약이 필요하다”면서 “여성의 비흡연자 폐암은 기존 폐암과 다르므로 타깃이 다른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제약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여성 비흡연자 폐암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토록 요구하고 있다. 또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게만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에 대한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 평균 생존률을 13개월에서 27개월 이상으로 늘렸다며 곧 대규모 임상시험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폐암 환자 가운데 30%가 비흡연자이며, 특히 여성은 85% 이상이 비흡연자다. 대한폐암학회는 여성 비흡연 폐암 환자는 조기에 발견돼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기존 폐암과 진단과 치료 지침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매년 ‘비흡연 여성폐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승식 기자 choissi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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