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슬아슬 정신건강에 귀 기울여야!”

[대한민국 베닥] ㊲불안장애-기분장애 분야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짙은 그늘에 우울하고 불안한 사회, OECD 자살률 1위의 국가. 여기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짓눌려, 사람들이 턱턱 숨 막히는, 아슬아슬 위태로운 대한민국.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오강섭 교수(60)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서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의사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시민의 정신건강을 짓누르는 현실이 위태롭기만 하다. 그는 ‘국민 정신의사’ 이시형 박사(87)의 애제자로서 사회정신의학에 발을 디뎠고, 환자에게 목숨을 잃은 고(故) 임세원 교수의 스승으로서 제자 몫까지 함께 해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자살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오 교수는 인터뷰 첫머리, 코로나19 위기의 환자들 걱정부터 했다. 불안장애의 세계적 권위자이지만 환자들 걱정에 스스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코로나19 탓에 제가 보는 노인 우울증 환자가 10% 이상 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경로당, 노인대학에 갈 수도 없고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자식도 못 찾아와서 고립감은 커지지요. 대부분의 노인은 식구나 친구 등을 먼저 떠나보낸 상실감을 쌓고 사는데, 상당수 노인은 삶의 모든 의미를 두는 종교생활을 못해 상실감이 배가됩니다. 답답함, 우울감에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젊은이보다 훨씬 더 괴로워요.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미스트롯만이 정신의 유일한 치료제가 되고 있지요.”

오 교수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규제 탓에 경제력을 상실한 여성들이 당장 먹고, 입고, 잘 수 있도록 해서 자살자가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슬아슬합니다. 사회적 고립이 환자들의 우울장애를 악화시키고 있지요. 우울증은 누군가 옆에서 말을 들어줘야 하는데 정부와 언론은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만 하니….”

오 교수는 20대 후반 운명적으로 정신의학의 길에 발을 내딛게 됐다. 그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대신에 군복무를 선택했다. 대졸이면 공중보건의사로 가야했지만, 의무관 결원이 많아 운 좋게 의무관으로 복무했다. 의무관 전역 무렵 장래에 대해 고민할 때 인근 부대의 선임 의무관이 말했다. “오 대위는 다른 의사와 달리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 정신과가 어울리는 듯해. 이시형 박사 찾아가 봐요.” 이시형 박사는 미국 예일대 출신으로 《배짱으로 삽시다》를 비롯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냈고 언론, 방송 등에서 정신의학에 대한 명강의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국민의사였다.

그렇다고 오 교수가 이 박사를 직접 찾아갈 수는 없었다. 대신 이 박사가 환자를 보던 고려병원(현재의 강북삼성병원)에 인턴으로 지원했고, 나중에 전공의 선배의 소개로 이 교수를 찾아갔다.

“정신과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다른 과 의사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혜택도 없는데….”

“의사가 크게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난 듯합니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오 교수는 전공의를 마치고, 정신과 전임의로 강북삼성병원에 남았다. 당시 정신과에서 뜨거운 주제였던 수면장애를 공부하고 싶어 고려대 안암병원 김린 교수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모교의 선배는 후배를 기꺼이 받아들여 ‘개인과외’를 시켜줬다. 오 교수는 매주 하루 그동안 환자들이 자면서 밤새 찍힌 뇌파가 기록된 수면다원검사지 수백 장을 갖고 선배를 찾아갔다. 오 교수는 2년 동안 김 교수와 함께 수면다원검사지를 판독하며 ‘잠의 세계’를 파고들어 내공을 쌓았다. 그때 스승이 불렀다. “수면장애는 이제 그만 공부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 가서 사회불안장애에 대해서 공부해야겠다.” “…”

오 교수는 뉴욕에서 마이클 리보위츠 박사팀에 합류, 크고 넓은 새 세계를 경험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과는 미국에서 연구비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었고 교수만 20명이 넘었다. 매주 수요일 개최되던 세미나에서는 ‘공황장애의 대가’인 도날드 클라인 명예교수가 현역의 젊은 교수, 전임의 등과 함께 열띠게 토론했다. 오 교수는 이론 습득과 별도로 매일 진료실에서 연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불안장애에 대한 임상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사회 공포증의 대가가 된 프랭크 슈나이어를 비롯한 교수들과의 지식네트워크를 갖춘 것도 큰 성과였다.

귀국해서 미국에서 새로 뜬 눈으로 우리 사회를 보니 불안장애가 위험수준이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마침 또래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비슷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오 교수는 채정호(서울성모), 유범희(전 삼성서울병원), 김찬형(전 강남세브란스병원), 서호석(강남차병원), 최영희(메타연구소), 김정범(계명대 동산병원) 등과 함께 불안장애연구회를 만들고 한 달에 한 번,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서 함께 공부했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를 회장으로 모시고 연구회를 대한불안장애학회로 승격시켰고, 대한불안의학회로 개명했다. 그는 이 학회의 이사장, 회장 등을 역임하며 매년 ‘불안선별의 날’ 행사 등을 통해 불안장애를 알려왔다.

오 교수는 IMF 경제위기 이후 자살이 급증하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홍식 교수의 제안으로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출범할 때 기획이사를 맡았다.

오 교수는 교육 및 프로그램 위원장으로서 하규섭 회장(현 서울대병원 교수)의 제안에 따라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책을 맡았다. 제자인 임세원 교수는 밤을 새워 미국자살예방단체 ‘리빙워크스’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참조, 자살 예방 게이트 키퍼를 육성하는 것이 골자인 ‘보고, 듣기, 말하기’ 프로그램의 초안을 만들었다. 임 교수가 이사회에서 초안을 발표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 교수는 2016년 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자 정부를 설득해서 자살통계를 매달 발표하게끔 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를 활성화하도록 기여했다. 또 농민이 충동적으로 음독하지 못하도록 농약을 자물쇠가 있는 ‘농약 보관함’에 보관토록 하는 사업을 펼쳤다. 재임 때 농약보관함 2만 여개를 보급했는데, 보관함이 있는 집에서는 단 한 명도 자살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 교수는 또 자살자 유가족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숱한 유가족을 만났고, 이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함께 울었다.

“자살한 환자의 가족은 여러 이유로 고위험군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데….”

이런 노력에다가 임 교수가 심혈을 기울인 ‘보고 듣고 말하기’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배포해서 자살자 수가 2016, 17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죽음의 갈림길에서 돌아서게 도운 애제자 임 교수는 2018년 12월 31일 환자가 휘두른 칼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임 교수는 연말인데도 강한 피해망상중이 의심되는 조울병 환자가 진료를 요청하자 기꺼이 응했다가 변을 당했다. 환자가 칼을 들고 쫓아오는데도 간호사들부터 “피하라”며 챙겼다. 평소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봤기에 적십자병원의 빈소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 유족은 조의금을 강북삼성병원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기부하며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지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오 교수는 한동안 우울감에 사로잡혔지만, 마음을 다잡고, 제자 몫까지 뛰기로 다짐했다. 그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을 맡아 제자가 못 이룬 꿈을 실현하고,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조현병 환자를 비롯해서 중증 정신장애 환자는 자신의 증세를 부정하는데 환자에게 입원 여부를 맡기는 발상이 안타깝습니다. 환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의사는 안전하게 진료할 권리를 잃었습니다. 환자 가족은 안전하게 살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극소수 자칭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환자의 인권만 되뇌고 있습니다.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인권이 있는가요?”

오 교수는 최근 불안장애, 기분장애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인지편향조절(CBM. Cognitive Bias Modification) 치료법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논문에서 CBM의 가능성에 이끌려 같은 병원의 심리학자 이정애 박사와 의논했더니, 이 박사가 “후배가 이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영국 옥스퍼드 대 출신의 강원대 이종선 교수를 소개했다. 둘은 함께 한국형 CBM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금세 웃는 얼굴을 발견하면 마음에 그늘이 덜 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울장애 환자는 밝은 얼굴, 불안장애 환자는 자신감 있는 표정의 얼굴을 잘 못 찾아요.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는 인지편향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지요. 이들 환자에게 웃거나 긍정적 표정의 사진을 찾게 하면 증세가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이 치료법을 정립해서 환자 진료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사진출처=볼드윈연구소
대한민국 베닥은 의사–환자 매치메이킹 앱 ‘베닥(BeDoc)’에서 각 분야 1위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80개 분야에서 의대 교수 연인원 3000명의 추천과 환자들의 평점을 합산해서 선정된 베스트닥터의 삶을 통해 참의사의 본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는 베닥 선정을 통한 참의사상 확립에 큰 힘이 됩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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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댓글
  1. 익명

    Royal성균관대(한국최고대)와 서강대(성대다음)는일류,명문. 法.교과서>입시점수 중요. 미군정法(미군정때 성균관복구 법령발효)에 의해, 국사 성균관 자격은 성균관대로 정통승계, 해방후 국사교육으로 현재까지 성균관대 자격으로 이어짐.그리고 박정희 대통령때 시작해 노태우대통령때 발행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대통령령에 의해 발행되어 행정법상 자격가짐)에서 해방후 성균관대가 조선 성균관의 정통을 승계하였다고 공식화하여 성균관대의 국사 성균관 자격승계는 법으로 더 보강됨. 서강대는 교황윤허 대학임. 국내법과 달리 강행법은 아니지만 국제관습법이 있음.

    http://blog.daum.net/macmaca/3139

  2. 익명

    대표님 직접 기사를 쓰셨네요..
    이분의 문제 파악에 대한 중재안이 하루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3. 익명

    “조현병 환자를 비롯해서 중증 정신장애 환자는 자신의 증세를 부정하는데 환자에게 입원 여부를 맡기는 발상이 안타깝습니다. 환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의사는 안전하게 진료할 권리를 잃었습니다. 환자 가족은 안전하게 살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극소수 자칭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환자의 인권만 되뇌고 있습니다.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인권이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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