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도 있는데…감기 백신은 왜 없나?

[사진=JV_LJS/gettyimagesbank]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불과 10달 만에 전 세계 수천만 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룬 성과지만,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건 1930년 4월이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와 미네소타 주의 양계장들에서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이는 닭들이 발견됐다. 당시 수만 마리의 병아리가 죽었다.

수의사들은 이를 병아리 전염성 기관지염이라고 불렀다. 이후 전염성 기관지염 바이러스로 불린 이 질병을 과학자들이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인플루엔자 A형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리고 1968년 11월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1947년 발견된 쥐 간염 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내용이 실렸다. 쥐 간염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분류됐는데, 그보다 앞서 나타난 병아리 감염병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기인한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져 왔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도 발견되긴 했지만, 흔한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데 그쳐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여겨왔다.

2000년대 코로나바이러스 위협..펀딩 부족 등으로 연구 지연

이 같은 생각이 뒤집힌 건 2002년이다. 중국 광둥성에서 새로운 호흡기 질환이 출현했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 8098명이 감염됐고, 774명이 사망했다. 한 달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연구자들은 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게놈을 해독했고, 이를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바로 ‘사스(SARS)’의 등장이다. 사스의 등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환자 격리 조치 등으로 2003년 7월, WHO는 공식적으로 사스의 유행이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계절적 요인 등으로 사스가 다시 유행할 것을 우려, 백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이때 백신의 타깃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가 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보다 앞선 1991년에도 개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백신의 타깃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고려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여러 백신들이 설계됐다. 동물 실험이 진행되면서, 해당 백신이 사스는 물론 2012년 등장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Mers)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점이 확인돼왔다.

문제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매우 높았지만, 감염자 수가 많지 않았다. 사스와 메르스 둘 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팬데믹에 이를 정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스 백신 개발에 나선 과학자 중 한 명인 피터 호테즈 박사는 효과가 있는 사스 백신을 연구실에서 제조했지만, 임상 시험을 진행할 자금이 없었다고 밝혔다.

자금 문제만이 아니었다. 백신이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해당 질병이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스와 메르스는 둘 다 큰 유행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됐지만…HIV, 감기 정복 어려워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백신 타깃을 찾고, 세포 수준에서 테스트를 한 뒤, 동물 모델,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그 다음 사용 허가를 위한 복잡한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승인을 받은 뒤에도 접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

이처럼 그 과정이 지난한데, 백신 개발의 첫 과정인 백신 타깃인 항원을 찾는 것만 해도 무척 고된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지난 연구들을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이 백신 타깃으로 이미 지정됐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한층 수월했다. 지난해 1월 중국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코로나19 염기서열을 공유했다. 과학자들은 염기서열을 본 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플러그 앤 플레이(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백신 임상과 백신 제조 공정이 동시에 진행된 것도 백신 생산을 앞당겼다.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펀딩이 이뤄진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

그렇다면 에이즈의 주범인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왜 수십 년의 연구에도 백신이 등장하지 않는 걸까? HIV는 숙주의 면역반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빈번하게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불활성 HIV나 살아있는 HIV를 이용해 만든 백신 모두 임상시험에서 면역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감기도 비슷한 이유다. 재채기, 기침, 코막힘, 콧물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가 대표적이지만 그밖에도 150여 가지의 서로 바이러스 종이 존재한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많으면, 백신 타깃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향후 백신 개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은 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새롭게 등장한 백신 플랫폼인 mRNA 백신 기술은 앞으로 일부 암 등의 백신을 개발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와 머크가 개발 중인 맞춤형 암 백신 mRNA-4157 등이 실질적으로 임상 진행 중에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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