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결국 ‘성가신 감기’처럼 남을 것 (연구)

[사진=layritten/gettyimagesbank]
포스트 백신 시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까?

지금까지 전 세계 2000만 명 이상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았다. 다수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날이 오면, 코로나19는 우리 주변을 귀찮게 맴돌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흔한 감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과학자들의 가설이 제기됐다.

이는 13일 국제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미국 에모리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 내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 위협적이고 암울한 존재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이 병원체에 대항할 훈련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압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코로나19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면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 능력도 향상된다. 결국 코로나19에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이 감염병은 ‘엔데믹(주기적 발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흔한 감기처럼 남을 것…시점은, 백신 접종 속도에 달려

에모리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사스-코브-2’의 운명을 예측해보기 위해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 4가지와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를 살폈다.

감기를 일으키는 4가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엔데믹으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데, 감염 시 경미한 증상에 그친다. 보통 3~5세 사이에 처음 해당 바이러스들을 접해 감기에 걸리게 된다. 반면, 2003년과 2012년 각각 등장한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보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해당 바이러스들을 연구한 결과, 사스-코브-2는 사스 혹은 메르스보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보다 유사한 형태로 남을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언제 엔데믹에 이르게 될까? 이는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백신 접종 속도, 접종 이후 면역 강도 및 유지력에 달려있다. 연구팀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결국 백신 접종 속도가 이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이 없었다면? 엔데믹에 이르기까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위중한 상태에 이르거나 사망하는 값을 치러야 한다. 백신은 엔데믹으로 진입하는 기간을 단축하고,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종식이란 개념은 부적합…독감처럼 남을 수도

단, 백신 접종은 코로나19를 뿌리 뽑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엔데믹이 된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보다 온순한 상태로 우리 주변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에 도달할 때까진, 백신 접종 이후에도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토론토대학교의 면역학자인 제니퍼 고머먼 박사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직접 감염됐을 땐 코와 목 등에서 강력한 면역학적 반응이 일어나지만,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상기도에서 자연스러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운명이 이번 연구팀의 가설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의 마크 립시치 교수는 코로나19가 감기보다는 계절성 독감과 보다 유사한 형태로 남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로는 온순하지만, 때로는 보다 치명적인 형태로 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향후 새로운 변종이 등장할 경우, 시나리오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립시치 교수는 에모리 연구팀의 가설처럼 흔한 감기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으나, 100%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된 코로나 바이러스들은 처음 어떠한 형태로 등장했을까? 연구팀이 살핀 4개의 코로나 바이러스 중 하나는 1890년 펜데믹으로 전 세계 100만 명을 사망에 이르도록 만든 바이러스다. 팬데믹을 일으킨 이 바이러스는 결국 흔한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로 우리 주변에 남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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