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의 나라별 이름과 코로나19 희생양 삼기

[박창범의 닥터To닥터]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피부병은 매독이었다. 매독은 원인도 원인이거니와. 증상이 진행하는 모습이 끔찍하다. 성기의 가려운 궤양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전신에 발진이 나타나고 피부에 덩어리모양의 종괴가 나타나다가 가운데가 연해지면서 파괴돼 궤양이 나타난다. 매독균이 신경에 침범하면 여러 기능장애가 나타나고 심할 경우 생명도 앗아간다. 매독은 장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프랑스병,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 혹은 기독교도병,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이라고 했다.

1918년 대유행하였던 스페인독감도 비슷하다. 당시 5천만~1억 명이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은 많은 사람들이 이름 때문에 스페인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독감의 유래한 곳은 명확하지 않으며 미국 캔자스에서 시작돼 유럽에 배치된 미군을 통해 유럽으로 번져 나갔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렇다면 왜 스페인독감이라고 불렸을까?

이는 전쟁과 관련이 깊다. 독감이 유행할 당시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유행하고 있었지만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으로 전쟁을 하고 있던 위 국가들은 적국에 이로운 소식을 전파하지 않으려 감추었을 뿐이고, 중립적인 스페인만 신문에서 독감 유행에 대한 소식을 공개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페인 국왕인 알폰소13세가 감염되면서 스페인독감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은 자국에서 유행하는 독감에 대한 두려움 탓이었는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독감확산의 매개채로 지목하며 비난하였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올 2월 코로나19가 처음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됐고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어 대유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우한바이러스라고 부르다가 결국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역명이 들어가지 않은 COVID-19 혹은 코로나19라고 명명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매우 많은 타격을 입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생하였기 때문에 중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대응 역시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중국은 중국에 들어온 브라질산 소고기, 독일산 족발, 사우디산 새우 등 냉동식품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이를 근거로 코로나19가 발생한 나라는 중국이 아니며 이들 나라의 냉동식품에서 중국 우한으로 수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은 없거나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식품이나 식품 포장지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모습은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이로 인한 세계각국의 경제위축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경제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면서 유럽이나 북미에 사는 백인들이 같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동아시아계 사람들을 면전에서 비난하거나, 침을 뱉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런 유럽이나 북미에 살고 있는 동양인들은 그 곳에 오랫동안 거주하거나 공부하러 간 사람들로 코로나19 대유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이 이렇게 전염병이나 대재난의 공포가 닥칠 때 사회적 분노를 외부로 돌리거나 특정 소수를 향하는 일은 역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수많은 조선인들을 학살했고, 1830년대에 미국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자 백인 개신교신자들은 카톨릭을 믿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재앙의 중심이라고 하면서 비난하고 차별하였다.

어떤 나쁜 일이 발생하였을 때 희생양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팩트풀니스》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비난본능’이라고 했다. 비난본능은 인간본성의 핵심이기 때문에, 어떠한 혐오스럽거나 풀기 어려운 유행병이나 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자신 탓으로 돌려 한국인들이 한국병이라고 부르거나 미국인들이 미국병으로 부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만약 어떤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한 명이 특정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신문기사가 나면 이러한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하여 자세한 조사와 분석은 하지 않고 같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을 통째로 비난하곤 한다.

대한민국으로 탈출한 탈북민이 어떤 범죄에 연루됐다고 하면, 탈북민이 정말 그러한 범죄에 연루되었는지 혹은 연루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는지를 살피고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보다는 탈북민들에게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거나 모든 탈북민들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를 본능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옳을까?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본능의 표출 대신 이성적,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비난하고 책임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특정개인이나 일부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하다 보면 정말로 그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 이유를 놓치기 십상이다. 시스템에 눈을 감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재발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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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댓글
  1. 익명

    코로나는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우리가 모두 노력해야합니다.하루빨리 백신이나 치료제를 맞아야 할탠데..모두 힘내봐요!오늘하루 잘보내세요.대한민국 파이팅!

  2. 허풍선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3. 익명

    일반화 오류, 비난 본능에 휩싸인 대중을
    이용한 정치적 인기 영합이 자고로부터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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