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진 결과는?

[이성주 칼럼] 백신이 바꿀 미래와 대한민국의 향방

2021년 3월.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6만여 관중이 꽉 찬 가운데 손흥민이 결승골을 넣는다. 인근 펍에서는 축구광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환호한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교정마다 오랜만에 모인 학생들이 파티를 즐긴다. 일본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소녀들이 예쁜 기모노를 입는 ‘히나마츠리 축제’를 즐기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구미와 일본, 대만 등의 공항에서는 관광객들과 비즈니스맨들이 북적대기 시작한다. 언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느냐는 듯. 그 시간 한국에서는 식당, 카페, 헬스클럽 등의 폐업이 속출한다.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민의 삶은 숨 막히는데도 언론은 서울, 부산 보궐선거 보도에 더 집중한다.

2021년 7월. 유럽 각국과 미국에선 지난 1년 간 우울을 보상받으려는 듯, 관광지와 해안마다 인파들로 붐빈다. 일본에서는 성대하게 올림픽이 벌어진다. 각국 선수단은 바로 옆의 대한민국에서 캠프를 차릴 수도 있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그러지 않는다. 더위 덕분에 코로나19 환자는 줄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파산하는 기업과 자영업체가 속출하고, 주가는 뒷걸음질 친다. 음지에서는 ‘코로나블루’ 자살자가 급증한다. 일부 언론은 해외에서 간혹 일어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해 앞다퉈 보도한다.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의 격차, ‘백신 디바이드(Vaccine Divide)’ 탓에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민국 정부가 백신이 전염병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점을 간과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영국에 본부가 있는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도입하기로 계약했고, 존슨앤존슨과 화이자의 백신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더나와는 MOU도 맺지 못했다. MOU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웬만한 누리꾼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싸고, 유통이 손쉽다는 점을 내세우며 선방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백신이 언제, 어느 정도 들어올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 백신은 예방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돼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며, 심지어 시판되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빨라도 내년 3/4분기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영국이 이번 달에 접종을 시작하고, 미국과 유럽 각국, 일본이 곧바로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나라는 최소 6, 7개월 뒤처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아직 백신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미리 테스트베드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탄식을 쏟아냈다.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첫째, 정부가 상황판단을 잘못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지난 3, 4월 세계 각국의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백신 개발 경쟁에 들어갔을 때 우리 정부는 ‘K-방역’에 취해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이 백신 임상시험이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완료되고,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때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정부는 어느 회사가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각 회사와 접촉했다. 당시에 제약사는 각국 정부와 계약하는 것만 해도 홍보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선금 없이 계약했다. 각국 정부는 성패의 리스크를 감안해서 필요량의 3~5배 이상을 확보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27개국이 18개 업체로부터 64억 회분의 백신을 사전 주문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의 구매 옵션을 계약했다. 이처럼 각국이 백신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인 것은 백신은 치료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코로나19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라는 것이 보건에서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하되 접종은 신중하게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확보와 접종간의 의미 차이를 구분조차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내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유통 파트너들이 정부에 리스크를 공유하며 계약하자고 제안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우리나라 대다수 언론들은 K방역의 성과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아슬아슬 선전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통 속에서 법령·시스템을 정비했고 ▲이에 따라 방역 담당자들과 의료인들이 헌신적으로 방역일선에서 분투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민들의 희생과 협조 때문에 가능했지만, 현 정부의 성과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 정부가 통제와 처벌에 익숙해졌고, 공공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양보하는 시민들을 관리수단으로 여기면서 오만해진 것은 아닐까? 여기에 전문가나 언론이 제언을 하면 정치세력의 공격대상이 됐고, 방역 정책은 밀실 정책으로 변해간 측면이 있다.

그러다가 11월 화이자와 모더나가 3상 임상의 성공을 발표하고 일부 언론에서 실상을 보도하자 다급해졌다. 정부는 뒤늦게 해외 제약회사들을 접촉하는 동시에 국내 유통 파트너에게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한 회사가 정부에게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는데 부작용이 생길 경우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쨌든 정부는 뒤로는 다양한 경로로 백신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면서 앞으로는 ‘해명 논리’를 내놓았다. 일부 학자들이 호응했으며 언론들은 충실히 받아썼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했듯, 백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인 지금은 옛날과 약이나 백신의 개발과정부터 다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뮬레이션을 거쳤고, 거기 더해서 수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선진국 정부가 허가를 할 때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백신 접종 시스템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내년 하반기에 접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정부가 백신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다른 나라들 역시 똑같이 승인이 나면 몇 달이 걸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국과 미국은 승인 직후 접종에 들어간다.

셋째, 백신을 싸게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자. 각종 보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 전달 백신은 4달러이고, 화이자의 전령RNA(mRNA) 백신은 19.5달러이다. 두 백신 모두 두 번 접종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8달러와 39달러이다. 3000만 명에게 접종한다고 가정하면 3000만×31달러=9억3000만 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230억 원 가까이 된다. mRNA 백신은 저온 유통이 필요하므로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6개월의 상쇄비용을 따지면 경제적 효과 운운하기가 민망스러울 것이다.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0.5%를 기록하면 명목 GDP가 67조2000억 원 손실을 보고 일자리는 67만8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00조 이상 손실을 보고, 일자리도 비례해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한 달에 10조 손실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다른 나라가 코로나 탓에 휘청거리고 K방역이 선전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정도 손실이 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정상화되고 우리나라는 ‘백신 세계의 섬’으로 남는다면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국민의 피해와 피로감은 계량조차 되지 않는다. 올 상반기에는 비교적 방역에 선전했는데도 8월까지 자살률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 10% 이상 늘었고, 20대 여성은 무려 43%가 늘었다. 환자가 급증하는 하반기에는 더 증가할 위험까지 있다. 경제, 사회, 보건의 이유를 따져봤을 때 1. 2조 더 쓰는 것이 아까운가? 이걸 돈 아꼈다고 자랑할 일인가?

전국 의대의 상당수 보건 전문가들은 최소 20여 개 나라가 내년 3월부터 점진적으로 일상생활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홍역을 치르는 나라에서 국민의 10%가 백신을 맞으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2~2.5 단계 상황으로 내려가고, 15% 이상 항체가 생기면 눈에 띄는 효과를 보게 되며, 40% 이상이 되면 통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60% 이상이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감염 종식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화이자, 모더나 등 유력 회사들은 대부분 9, 10월까지 생산물량에 대하여 선구매 계약이 종료돼 있고, 하반기에 일부 더 생산할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상품 역시 가격과 인도 시기에 대해서 확정된 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이 회사와의 계약도 최근 이뤄졌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다른 나라에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 상반기 방역 당국의 판단 착오를 비난한 들, 지금은 의미가 없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접종을 시작해서 다른 선진국과의 갭을 줄이려면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첫째, 제약회사에게 선구매 회사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사오는 방법이 있지만 외교적 파동에 휩싸일 위험이 있다.

둘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이 백신을 위탁 생산키로 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국내용 생산라인을 증설토록 압박하는 것이다. SK는 올 상반기 정부가 리스크 공유에 난색을 표할 때 위험을 감내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업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야 하므로 쉽지만은 않다.

셋째, 이미 여유분을 확보한 국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것은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전 정부라면 일본이 올림픽 성공 협업을 비롯한 이유로 제공해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난망하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일부 공유하겠다는 발언부터 하는 정부에게 금쪽같은 백신을 나눠줄 리 있을까?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지금이라도 다른 나라 정부나 제약회사와 협상에 사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우리 정부에 그런 협상 전문가가 남아있을까? 그래도 국가의 명운을 걸고 어떤 식으로든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더 이상 숨기고, 변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칫 하면 수십 년 쌓아왔던 공든 탑이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 제발!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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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댓글
  1. 골목대장

    최근에 본 기사중에 가장 사실적이고 현실적입니다.내용전체 버릴게 하나도 없네요.이핑계,저핑계만 대면서 백신도입을 미루고있는 현정부에 실망감이 큽니다.기자님의 내용처럼,싸게 구입해서 몇천억을 절감하려 했던것이 오히려 더 낭비하게 생겼네요.일등 선진국에서 화이자,모더나를 우선 구매하려한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지금이라도 효과가좋은 모더나,화이자백신도입을 적극 추천합니다.

  2. 춘원

    모든 국민이 이 사실을 알도록 적극 홍보해야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숨지말고 당당하게 방송에 나와서 알려주세요

  3. 윤태윤

    현 정부에 대해 엄청 안티 하군요 !!!

    몰랐네 !

  4. 박준국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 감염병이면 당연히 공기관리가 기본인데 전문가 조차도 환기가 안되는 곳은 가지말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입니다 . 공기관리의 어떤것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한다는 것을 얘기해주어야할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환기시설이 상부급기 상부배기 방식으로 공기의 흐름 자체가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상부급기 하부 배기 방식의 클린룸 형태로 바꾸어 주어야만 올바른 공기 관리가 됩니다. 지금의 위험시설에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환기가 안되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환기 방식이 문제입니다. 자연환기를 한다고 하면 창문쪽의 확진자와 안쪽의 일반인과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수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감염병인데 뉴딜이나 그린 뉴딜에 공기관리가 빠져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공기관리 대책을 세워야할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dCXyhoZjl8&t=120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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