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거리두기, 고교보다 엄격하다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연일 300명 이상 생기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될 날이 눈앞에 닥쳤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가, 21일 시행된 중등교사 임용고시가 시한폭탄이 될 위험도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학부모들은 직장 출근 못지않게 저연령 자녀들의 등교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1.5단계에서는 밀집도 2/3를 유지하면 되지만, 2단계에서는 1/3으로 뚝 떨어진다. 고교는 2/3 밀집도를 유지해도 된다. 저연령 아이들이 가정에서 머물면 부모의 활동에 지장을 받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회성과 협동 등 교육적으로도 지장이 생긴다.

초등학교가 고등학교보다 더 강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옳을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수정할 필요성을 알려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금까지 교육 당국은 독감 전파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등교 방침을 정했지만, 코로나19 전파 유형은 독감과 다르므로 초등학교 등교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

미국 버몬트대학 소아과의 벤자민 리 교수(소아감염 전공) 팀은 중국 상하이에서 학교 개방이 코로나19 전파에 미쳤던 영향을 정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어린이들의 낮은 감염율과 전파율을 반영한 결과 저연령 아이들의 등교 제한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 최신호에 게재됐고, 미국 과학진흥회가 운영하는 논문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터’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봉쇄령 전후의 대인 접촉 구조와 전염 정도를 분석했다. 특히 하루 대인(對人) 접촉률에 초점을 맞춰서 지역과 학교의 접촉 빈도를 줄이면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이 어떻게 감소하는지 측정했다. 연구진의 모델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는 접촉빈도를 40% 낮추면 전염병 통제에 도움이 되고, 어린이에게는 이보다 낮은 33%만 낮추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는 시기에도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자민 리 교수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연령 어린이는 코로나19에 덜 감염될 뿐 아니라, 설영 감염돼도 또래나 어른들을 전염시키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어린이에게 지역사회나 상급학교보다 낮은 단계의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학년 어린이 대상이나 상급학교에 대해서는 보건 측면을 고려해서, 등교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초등학교는 밀집도 원칙이 강하고, 고교는 여기에 비해서 약하다. 연령별 전파 특성과 어린이 교육보다는 학사관리와 입시 중요성이 더 반영된 결과로 설명된다.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의 A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보건안보 위기에서 보건지침을 마련할 때에는 빅데이터, AI 전문가들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식을 결집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노력이 부족한 듯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각계 전문가들의 지식을 모아서 능동적 선제적 예방적 방역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하며 유연하고 신속한 정책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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