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아냐” 10명 중 1명 우울증…치료 지체하면 안 돼

[사진=triocean/gettyimagesbank]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는 최대 500만 명의 우울증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 유병률이 높고, 만성적인데다 재발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원광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열 교수(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는 “우울증을 감기와 같다고 말하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3억에서 3억 1000만 명이 앓고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연간 증가율이 전 세계 3위에 해당한다”며 “우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국내 인구의 7.4~33%, 우울장애가 있어 치료가 필요한 인구는 4.1~10.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장애 환자가 국내 인구의 10%라고 계산하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 환자가 500만 명이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치료 접근에 한계가 많은 상황. 2019년 기준 우울증 진료인원은 90만 명이다. 나머지 환자들은 우울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거나, 다른 과에서 다른 신체적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상열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들의 주요증상은 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 등 신체 증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다른 진료과에서 의료비용을 소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환자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로 안내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한 해 60만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다. 개인마다 가족 구성원이 4명이라고 본다면 240만 명이 심리적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이 같은 시도를 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의미다.

우울증은 삶의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이다. 이상열 교수는 “보건 의료적 측면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면 우울증을 핵심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암, 뇌혈관질환 등 일부 질환에 치우친 보건의료정책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치료 시작, 적절한 병행 치료 중요

우울증 치료의 목표는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다. 경도 우울증은 정신치료, 중등도나 고도의 우울증은 정신치료와 항우울제를 병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 시 임상가가 고려해야 할 점은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 △완전 관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효율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 △오랜 기간 치료를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받지 않은 기간(DUI)’을 줄일 수 있고, 치료 반응률과 완전 관해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치료 받지 않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가 잘 안 되는데, 이는 뇌의 해마 용적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뇌의 변화로 점점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2주 이내에 호전을 보이기 시작하면 자살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 더 나은 치료를 통한 초기 호전이 중요하다는 것. 더 나은 치료는 완전한 관해가 목적이다. 즉, 잔류 증상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재발 가능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상열 교수는 “잔류 증상이 있으면 재발률이 3배 높다”며 “부분 관해는 재발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즉, 치료 반응 속도를 높이고 완전 관해에 이를 수 있도록 빠른 작용기전을 보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우울제가 필요한다는 것. 우울증으로 인한 신경생물학적 변화가 발생하기 전 빨리 효과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에는 코에 뿌리는 형태의 항우울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2개 이상의 경구용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 주요우울장애 환자는 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 하이드로클로라이드)를 경구용 항우울제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다.

스프라바토는 주성분인 에스케타민이 뇌에서 NMDA 수용체의 활동을 조절해 신경양양 신호전달을 증가시키고 시냅스 연결을 회복해 우울 증상을 개선한다. 주요우울장애 분야에서는 30여년 만에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한국얀센 의학부 고민정 상무에 의하면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우울제 병용 투여 시 24시간 내 치료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한, 관해율과 재발 가능성도 기존 경구 항우울제만 투여하는 경우보다 좋다. 고민정 상무는 “경구용 항우울제는 간 대사가 되면서 원래 활성을 잃거나 생체 이용률이 떨어진다”며 “비강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생체이용률이 떨어지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 어지럼증, 두통, 혈압 증가 등 경미한 이상반응은 확인되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하나의 유의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울증이 있을 때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체 없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완전한 회복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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