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비타민이라고 더 좋을 수 없는 진짜 이유

[전의혁의 비타민D 이야기]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

언제부턴가 천연 비타민이 합성 비티만보다 훨씬 좋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더니, 아직도 이를 믿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보통 사람들은 천연 비타민이라고 해서 설마 과일이나 채소를 말린 뒤 분쇄기에 돌려 알약으로 만들어낸다고 믿는 건 아닐지라도, ‘천연’이라는 이름이 붙은 비타민이 좋다고 착각하기 쉽다.

천연 비타민이라고 표기하려면 인공 첨가물과 합성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상태의 비타민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료를 천연에서 추출했다고 해도 추출과정에서는 화학 처리가 들어가고, 그걸 다시 알약으로 만들기까지는 공정상 어쩔 수 없이 화학물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비타민 중에는 진정한 천연 비타민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이 밝힌 적도 있다.

실제 천연 비타민이라고 하는 제품들을 잘 살펴보면 천연 원료라는 표시조차 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천연 원료에 합성 비타민을 섞어 만들고는 천연 원료란 말을 교묘히 쓰기도 한다. 100% 천연이라며 고가의 제품을 팔던 한 유명 업체는 지난해 식약처 조사 결과 합성 가루를 섞어 제조하여 판매한 것이 적발돼 영업정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천연 비타민’을 내세우는 업체들은 여전히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첨가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며 마케팅을 한다. 소비자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들은 알약을 만들 때 모양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이산화규소나 스테아린산 마그네슘 등의 부형제가 몸에 해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테아린산 마그네슘은 가루의 뭉침 방지 및 제형을 만들기 위한 몰딩 기계에 눌러 붙지 않게 해 주는 활택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이미 안전한 부형제로 승인받아 전 세계 모든 제약회사에서 알약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안전성에 동의하고 있는 성분이다. 일반약이든 처방약이든 정제로 만들어진 모든 약에는 이 성분이 들어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안전성이 검증된 성분을 두고 몸에 해롭다고 하는 것은 비과학적 장사 논리라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더구나 극소량 첨가되는 부형제 때문에 약이 독해지고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억지 논리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실험 내용은 오류투성이다. 사람이라면 한 번에 수 백, 수 천 알 섭취하는 정도의 분량을 작은 실험용 동물에게 투여해 독성을 조장한 실험의 결과를 인용하여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당뇨병 약, 고혈압 치료제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해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약들도 복용하면 독성이 나타나 암으로 발전한다는 웃지 못 할 결론이 성립한다.

이미 우리가 성분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오랜 시간 잘 사용해 온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은 굳이 천연 재료에서 뽑지 않아도 쉽고 안전하게 합성해 약으로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천연 재료에서 얻은 비타민과 합성으로 만든 비타민은 화학구조가 같은 물질이다. 반드시 천연이어야 몸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비타민을 고를 때 ‘천연’이라는 말에 혹할 것이 아니라, 성분과 함량에 더 기울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주치의나 약사와 상담해서 비타민을 추천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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