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건립을 세브란스가 도와준 사연

[유승흠의 대한민국의료실록] ⑫1970년대 여러 병원들의 설립

1970년대 초 건설 공사 중인 서울대병원 [자료:서울대병원}
1968년에 김홍기 교수가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 원장에 취임해서 11년 동안 원장 직을 수행하였다. 김 원장은 취임과 아울러 병원 증개축을 기획, 진행했다.

그러나 병원 경영도 어려웠고, 정부 재정 지원도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병원 증개축이 지지부진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증가될 국민의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진료·연구·교육을 총괄하는 국가 대표 병원이 필요하다며 예산 당국에 호소했지만 요청은 후순위로 밀렸다.

의료보험이 시작된 무렵 청와대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병원의 경영 분석부터 하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부비동염이 심했던 대통령의 코를 수술한 뒤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었다.

제3의 기관이 경영 분석을 맡기로 했고 연세대가 이를 담당하게 됐다. 김효규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분석 책임자로서 경영학과 교수들과 함께 실행했다. 정부가 얼마를 추가 지원하면 완결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김홍기 원장은 최소 금액을 제안하였지만, 김효규 원장은 여유 있게 제안하여 지금의 병원 모습을 갖도록 도왔다. 김효규 의료원장과 김홍기 원장은 경기고 동기동창이다.

1979년에는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이 특수법인으로 됐고, 정부가 김효규 의료원장에게 서울대병원 원장과 행정책임자를 추천하라고 제의하였다. 김효규 원장은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냈고 정부와 대화가 가능한 권이혁 교수를 추천했다. 임상의사가 아닌 보건학을 전공한 교수가 병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행정책임자로는 특정한 의사 이름 대신에 의사로서 미국에서 학위를 한 사람이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해당자로는 예일대에서 보건학을 전공한 신영수 박사 뿐 이었기에 병원 기획관리실장(1급)으로 임명받았다.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도미 예정이었던 필자가 예방의학 및 보건학 전공으로서 김효규 의료원장에게 아이디어를 귀띔했다. 필자의 고교 동기인 신영수 박사는 이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주임교수, 병원경영연구소 소장, WHO서태평양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앞서 1976년 남덕우 경제기획원 장관이 김효규 의료원장과 서울 도큐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독일 정부가 파독 간호사들의 뒷일을 걱정하더라는 말을 전했다. 김효규 의료원장은 “독일 정부에서 재정차관을 받아서 우리나라에 병원을 신축하고 귀국 간호사들을 채용하여 근무하게 하면 될 터인데 걱정을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 자리에서 답변했다.

연세대가 학교법인 명의로 재정차관 계획서를 신청했고 문교부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이의 없이 통과되었다. 김효규 의료원장에게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보건사회부에 참조로 하라고 제안했지만 그리 하지 않았다. 병원 건립 신청서(영동프로젝트)를 보건사회부에 제출했는데, 당시 신현확 장관은 결재를 받으러 온 장경식 의정국장에게 벌컥 화를 내면서 서류를 집어던졌다.

당시 논과 밭이었던 강남 지역에 450병상 규모의 병원 건립을 기획했지만, 신현확 장관은 병원 규모를 반으로 축소하고, 경기도 광주와 용인에 농촌진료소를, 그리고 경기도 주안 공업단지(현 인천시)에 산업병원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병원 계획서를 작성하기도 힘들 터인데, 국제적 계획서를 만들려고 하니 무척 신경이 쓰였다. 독일 전문가들이 와서 여러 가지 질문도 하는데 답변도 하고 자료도 추가로 챙기느라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독일재정차관으로 6년에 걸쳐서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용인, 인천 등에 병원이 건립됐다. 연세의료원 산하에 여러 병원을 운영하게 된 사연이다.

고려대도 재정차관으로 병원을 건립하자고 강력하게 의견을 제시하였다. 재정차관은 한 분야에 한 군데만 허용하는 것이 관례라는데, 당시에 막강한 힘을 가진 장덕진 동문이 있어서 급속도로 진행됐다. 장덕진은 재무부 재정차관보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뒤 농수산부 장관을 지낸 막강한 실세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처조카사위로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TV조선 장원준 부장의 선친이고, SBS 한수진의 시아버지이기도 하다.

당시 서울 혜화동에 있던 고려대 의대 부속병원의 김기용 병원장이 김효규 의료원장에게 차관 기획문서와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전했다. 영동(강남)세브란스병원은 6년 걸려서 1982년에 개원했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은 1980년 독일 차관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확정한 뒤 이듬해 기공식을 갖고 1983년에 개원했다. 그때 서울 구로구 일대는 수출산업공단이 조성돼 강남지역보다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지역이었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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