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을 보며… 1/4만 성공해도 훌륭한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42호 (2020-10-19일자)

실패와 역경이 서린 최지만의 웃음을 보며…

MLB 아메리칸 챔피언 결정전 7차전 5회전에서 최지만의 호수비. (사진=MLB 유튜브)

어제 탬파베이 레이스가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승 7차전에서 ‘MLB 밉상’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4대2로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죠? 최지만은 한국인 타자 가운데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타석에 서게 됐고요.

최지만은 어제 5번 타자로 나와서 3타수 2안타에 1볼넷, 1득점의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수비 요정’으로서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5회 휴스턴의 알렉스 브레그먼이 친 공을 3루수 조이 웬들이 가까스로 잡아 최지만에게 던졌는데, 오른쪽 위로 넘어갈 공을 다리를 쩍 벌려서 잡았습니다. 휴스턴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정도로 어려웠던 공인데, 최지만의 발은 1루에 붙어 있었습니다. 판정이 아웃으로 유지되자, 미소를 짓는 최지만! 그 웃음에 굴곡진 삶이 서려 있는 듯해서 짠~했습니다.

최지만은 2009년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비교적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로 향했습니다. 상당수 평론가들이 “메이저와 마이너리그를 왔다가다 끝날 것”이라고 평가했고, 한동안 이들의 예상대로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시애틀에 있을 때에는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이 나와서 50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고, 이듬해에는 시범경기에서 종아리뼈가 부러져 한동안 타석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를 거쳐 재작년 밀워키 브루어스로 갔다가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습니다.

탬파베이에선 지난해 타율 0.261, 19홈런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올해 코로나19로 개막전이 연기되면서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하고 타율 0.230, 3홈런에 그쳤습니다. 지금 포털 사이트 스포츠 기사에 댓글을 없앴지만, 이전까지 최지만의 기사에는 ‘약쟁이,’ ‘마이너 리거,’ ‘1할 타자’라는 조소, 비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지만은 MLB 포스트리그의 토론토 전에선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부터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연봉 65만 달러의 최지만은 ‘3억 달러 투수’ 게릿 콜에게 홈런을 뽑아낸 것을 비롯해서 포스트시즌 전체 12경기에서 타율 0.290, 2홈런, 4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 순간 곳곳에서 요가 강사가 떠오를 정도로 다리를 찢으며 엄청난 수비를 보여줬고, 올스타전 1루수 감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최지만의 웃음과 과장된 제스처에서 굴곡과 좌절을 이기려는 몸부림을 느낀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어떤 이들은 과거의 잘못이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미숙함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과거에 머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전체를 보지요.

야구에서 타율 0.250 이상이면 준수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요? 타자는 자기가 잘 할 때도, 못할 때도 있으며 상대 수비가 잘 할 때도, 못할 때도 있기 때문에 1/4의 확률 이상을 치면 박수칠만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예기치 않게 다칠 수도 있고, 운도 작용하지요.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없기에 실패했다고 절망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비난해야겠지만, 거듭 난 사람을 계속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투사하는 것일 따름이겠지요.

최지만이 월드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하길 응원합니다. 그의 웃음꽃이 더 환해지기도. 그 웃음이 지금 ‘2할 이하 타율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전파될 것도 아울러…. 그 미소에서 이런 메시지를 느끼는 것은 어떨까요?

“삶이 쑥쑥 나가지 않더라도, 잘못은 아닙니다. 1/4만 성공해도 잘 한 것이고, 그 이하라도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오늘 글의 주제와 어울리는 노래이지요? 퀸의 ‘We are the Champions’입니다. 교도소에서 억울하게 형을 살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노래했습니다. 둘째 곡은 2014년 오늘 세상을 떠난, 자메이카의 레게 싱어 존 홀트의 ‘The Tide is High’입니다.

  • We are the Champions – 퀸 [듣기]
  • The Tide is High – 존 홀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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