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7호 (2020-09-14일자)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와 열살배기 캐디

코로나19가 세계를 옥죄어도, 스포츠 경기는 하나둘씩 열리네요. 이번 주에는 미국 뉴욕 주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US오픈이 열려 임성재 안병훈 강성훈 김시우 등이 출전합니다. US오픈은 올해처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6월 중순에 열리지만, 1913년에도 이번처럼 9월로 연기됐습니다.

당시 골프는 종주국 영국이 최강국이었는데, 2년 동안 미국 선수가 US오픈에서 우승하자, 영국골프협회에서 헤리 바든, 테드 레이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을 보낼 테니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골프협회(USGA)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은 헤리 바든의 우승을 기정사실화했고 미국 선수 중 누가 2, 3위를 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기사를 썼습니다.

이 대회에서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역전 드라마가 연출됐습니다. 캐디 출신으로 아마추어였던 20세의 프랜시스 위멧이 연장 끝에 우승을 한 것입니다.

위멧은 11살 때부터 집 부근의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습니다. 미국에선 당시 16세 이후에 캐디를 할 수 없었고 ‘현실적인 아버지’가 ‘이룰 수 없는 꿈’을 말렸기에, 위멧은 스포츠용품점 종업원으로 일하며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아버지 몰래 아마추어 경기에 나갔습니다. 위멧이 US 아마추어 오픈 8강까지 오르자, USGA는 US오픈 출전을 제안합니다. 위멧은 가게를 오래 비울 수 없어 처음에는 고사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떠밀어 경기에 나섰지만 캐디를 하기로 했던 동네 후배가 교사에게 붙잡혀 학교로 가는 바람에 ‘노 캐디 게임’을 할 뻔 했습니다.

이때 후배의 동생인 10살배기 에디 로워리가 캐디를 자청합니다. 다행히 위멧의 골프백에는 클럽이 10개뿐이어서 꼬마가 들기에 덜 무거웠습니다. 로워리는  뛰어나게 캐디 역할을 수행합니다. 위멧은 5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4라운드에서 극적으로 공동선두에 오른 뒤 연장전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뉴욕타임스가 1면 머리기사로 소개한 것을 비롯해서 미국이 들썩거렸습니다. 미국인들의 골프에 대한 개념을 바꿨고 10년 동안 골프 인구가 35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위멧은 우승 이후 금융 업무에 종사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로 남았고, 이듬해 US 아마추어 오픈에 우승했지만 USGA는 골프로 이룬 명성을 사업에 이용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선수 자격을 박탈합니다. 그러나 위멧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선수 자격을 회복했고 아마추어 선수로서 총 27회 우승의 기록을 세웁니다. 삶의 후반기엔 수많은 선수들을 후원했는데 이 가운데에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에 성공했고 샌드웨지를 만든 진 사라센도 있습니다. 위멧은 1967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까지  ‘미국 아마추어 골프의 아버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한편, ‘10살 캐디’ 로워리는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자동차 판매로 억만장자가 됐고 아마추어 골퍼와 캐디들을 돕습니다. 두 사람은 평생 친구로 지냈고, 위멧의 장례식 때 로워리가 관을 운구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꿈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그렇게 꿈을 이룬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보여줍니다. 골프는 삶과 흡사한 스포츠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골퍼들의 명언을 새기며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골프의 골프는 멋진 교훈을 주는 게임이다. 첫째는 자제, 즉 어떤 불운도 감수하는 미덕이다. -프랜시스 위멧
○골프처럼 속이기 쉬운 경기도 없지만, 골프처럼 속인 사람이 경멸을 받는 경기도 없다. -프랜시스 위멧
○골프는 아침에 자신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저녁에는 자신을 잃게 만드는 게임이다. -헤리 바든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다. -진 사라센


[프랜시스 위멧 영화]

프란시스 위멧이 꿈을 실현한 영화를 요약 소개한 유뷰브 영상 준비했습니다. 저는 콧잔등이 시큰했는데, 여러분은 어떤지요?

☞‘내 생애 최고의 경기’ 영상 보기


오늘의 음악

1982년 오늘은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모나코의 대공비 그레이스 켈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그녀의 사진을 배경으로 냇 킹 콜의 ‘Fascination’ 들어보실까요? 외적 미(美)는 덧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왜 그 아름다움에 미소 지을까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