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7000개, 아태지역 환자 2억…질환 인식은 부족

[사진=andrei_r/gettyimagesbank]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 이슈에 대한 전 세계 협조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잘 알려진 질환들에 비해 희귀질환은 이 같은 글로벌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영국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의 연구분석기관인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및 관리 수준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11월 한국, 대만, 일본, 중국, 호주 등 아태 지역 5개국 503명의 임상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반의 45.5%, 전문의 34.2%, 약사 12.3%, 간호사 8% 등이 이에 참여했다. 더불어 16명의 희귀질환 전문가들과 환자 그룹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조사도 진행됐다. 한국 보건의료전문가로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안윤진 희귀질환과장 외 100여 명이 참여했다.

전 세계 희귀질환의 종류는 6000~7000개에 이른다. 희귀질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환자 수는 아태 지역만 2 억 5800만 명에 이른다. EIU의 제시 퀴글리 존스 편집국장은 17일 씨에스엘 베링(CSL Behring)이 후원한 EIU 보고서 발표 웨비나에서 “아태 지역 인구의 6%가 희귀질환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며 “호주에서는 희귀질환의 수가 많은 만큼 당뇨나 천식만큼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 따르면 희귀질환 환자의 3분의1만이 적절한 증거 기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의 환자들은 임상진료 지침, 승인된 의약품, 검사 및 치료 재정 등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희귀질환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부족한 상태다. 응답자의 34%는 국가가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지의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고, 34%는 희귀질환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14%는 단 한 번도 임상 현장에서 희귀질환 환자를 접촉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의료인들은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환자를 만날 기회도 많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동료 의료인들의 희귀질환에 대한 지식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지식은 있으나 훌륭한 편은 아니라는 중간값의 점수를 주었다. 그 만큼 희귀질환에 대한 의료인들의 수련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매튜 벨가르드 네트워크장은 “희귀질환에 대한 정확한 유병률, 지침, 역학적 자료들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러한 자료들은 항상 최신이어야 한다”며 “학계, 업계, 정부기관 등이 참여해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국가별로 상이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의견 공유가 필요하며, 의대에서는 희귀질환에 대한 교육과 수련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국가별로 파편돼 있는 데이터들을 한데 모으고, 더불어 환자단체의 의견 반영 역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응답자의 44%는 희귀질환을 위한 단체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했다. 환자와 환자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태평양 희귀질환기구 연합회 리투 제인 회장은 “희귀질환 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가족은 최전선의 전문가”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환자와 환자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IU는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과 관리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희귀질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 더 많은 임상 데이터가 헬스케어 정책·연구·펀딩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 △헬스케어 전문가의 지식은 진단과 관리를 개선하는 초석이 된다는 점 △국경을 넘은 조율이 있어야 환자들이 근거 기반의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환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 △환자 중심의 포괄적 지원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 등이 이번 조사를 통해 희귀질환의 인식 및 관리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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