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와 천둥벌거숭이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28호 (2020-07-13일자)

우리는 이성적 시민인가,  천둥벌거숭이인가?

장맛비가 내립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가슴이 상쾌해진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늘이 끄무레하면 뇌에서 행복 호르몬들이 덜 분비돼 기분이 가라앉기 십상이지요.

어쩌면 세상이 끄물끄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오만과 한계를 절감케 했고, 최소한 내년까지 지속될 겁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병보다 굶어죽는 사람이 더 많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사람은 과연 이성적인가 회의가 듭니다. 더 이상 이성적 인류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로 불러도 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선 ‘6·25 전쟁의 영웅’과 ‘시민운동 출신 서울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일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 사회가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지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사실 귀납법에서도, 연역법에서도 ‘인간의 이성’을 지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귀납법의 타당성은 버트란트 러셀의 ‘칠면조의 역설’에서 부정됐지요? 논증에서 칠면조는 수백 번 주인이 특정한 시간에 먹이를 주는 것을 관찰하고 “주인이 그 시간에 나타나면 먹이를 준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추수감사절 그 시간에 즐겁게 나갔다가 가족 식탁에 오르지요. 연역법은 절대적으로 보이는 대명제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데, 대명제가 부정되면 설 자리를 잃게 되고요.

사람은 이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이지 않다는 딜레마는 우리의 행태로도 드러납니다. 뇌 과학에서는 사람의 뇌는 본능>감정>이성의 순으로 진화해왔고, 그 순으로 행동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믿고 싶은 것에 따라 이성이 작동하는 경우를 많이 제시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구분되는 듯합니다. 사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지고요. 이성적이고 사실을 제대로 보려는 사람은 언제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겠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쪽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비판하는 사람일 겁니다. 내가 알았던 것이 틀렸을 때 이것을 수용할 줄 아는 것 역시 ‘이성의 힘’일 겁니다.

또, 사회가 보다 이성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성역(聖域)의 벽이 낮아지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야 할 겁니다. 민주주의는 이성적 토론에 따라 끊임없이 ‘우리의 오류’를 수정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체주의보다 훌륭한 제도라지만,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나요?

‘우리’를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고, ‘그들’을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지식인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나요? 현상을 제대로 볼 용기도 없는 사람들이 무리에 휩쓸려서 반대편을 공격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장맛비가 내립니다. 잿빛 세상에, 삽상하지 않은 주제를 던져서 송구합니다. 저 자신도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이성의 영역이 시나브로 번지기를 빕니다. 어쩌면, 언론이나 포털에서 인숭무레기, 천둥벌거숭이들의 목소리가 요란해서 그렇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겠지요? 비 내리는 날, 가라앉지 않고 합리성과 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하는데, ‘극단의 세상’에서 이런 말이 통할 런지….


[대한민국 베닥] 난치성 척추 환자 도우미

척추질환 신경외과 베스트닥터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용은 교수(62)가 선정됐습니다. 조 교수는 후종인대골화증 환우회가 탄생해서 활동하는 것을 도왔고, 이름처럼 조용하고, 신중하게 환자를 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지금까지 2만여 명의 환자를 수술했으며 지금은 후종인대골화증, 척추종양, 척수공동증 등 난치질환을 집중치료하고 있습니다. 의사, 산업계, 기초과학자들이 함께 미래 척추치료법을 연구하는 바이오스파인학회를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조용은 교수의 환자 돕는 이야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장마와 어울리는 노래로 준비했습니다. 에픽하이와 윤하가 함께 부르는 ‘우산’입니다. 2014년 오늘 세상을 떠난 프랑스 출신 미국 지휘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바그너의 ‘무언의 반지’ 이어집니다.

  • 우산 – 에픽하이 & 윤하 [듣기]
  • 무언의 반지 – 로린 마젤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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