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은밀한 사생활 사라질까?

[사진=jack191/gettyimagesbank]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빅브라더’ 감시체계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동선 공개 등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인데, 공중보건을 위한 불가피한 방역 조치라는 공익성과 충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개인정보에 대한 악의적 사용을 차단할 수 있는 익명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졌다.

– “공익성이 중요하다” vs. “사생활 지켜달라”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진압하는 국내의 주요 조치 중 하나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동선 추적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사회교육센터 박미정 저자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발표한 ‘코로나19 추적 조사와 프라이버시’ 논문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이 같은 방역조치의 신속한 개입으로 코로나19 발생 사례가 줄어들었다. 확진자의 위치추적, CCTV,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밀접 접촉 대상자들을 찾고, 이들을 모니터링하며 감염병 확산을 막았다는 것.

밀접 접촉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확진자의 비말에 직접 접촉할 기회가 커지고, 공기 중의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는 동선 추적 과정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이유다.

확진자 추적 조사가 가능한데는 법적 근거도 있다. 메르스 때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슈퍼 감염 사건이 발생하면서 2015년 7월 6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의 효율적 치료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 정보, 발생, 전파 상황을 공유하고 △조사거부자를 자가 또는 감염병 관리시설에 격리할 수 있는 강제처분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긴급할 때는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수단,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들이 익명화 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정보를 통해 신원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논문에 의하면 사람들은 바이러스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혐오 시선’를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신원 노출은 많은 확진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윤리적 고민 병립해야

국내를 비롯,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들은 스마트폰 앱의 GPS나 블루투스 데이터 등을 이용해 밀접 접촉자 추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과 드론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고, 홍콩은 입국자에게 휴대폰과 동기화해야 하는 전자 팔찌를 제공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접촉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돼, 감염병 확산을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각국의 방침이다. 이로 인해 구글·애플 등의 거대 기업까지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적용한 동선 추적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매일 새로운 암호키가 만들어지고, 잠복기와 같은 정해진 기간 동안에만 작동하며, 개인의 동의하에 정보 공개가 가능한 방식으로 익명성을 강화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외부 공격 등에 의한 개인 식별 가능성 등의 문제가 남는다.

결국 익명화를 위한 기술은 물론,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 정립, 공중보건 윤리 문제 등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가을 이후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 또 다른 바이러스의 출몰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확진자 동선 추적과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지속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이슈다.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코로나 뉴노멀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야 할 통과의례일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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