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가 규제 허들? 오히려 돕는 장치!”

[KorMedi 초대석] 한광협 보건의료연구원 원장

한광협 보건의료연구원장 [사진=코메디닷컴]

“최근 일부 언론이 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의료산업 발전을 막는 허들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이 남발되면 국민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산업의 신뢰성도 해칩니다. 보의연은 궁극적으로 의료산업의 발전을 돕는 기관입니다.”

지난 1월 제5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수장으로 취임한 한광협 원장(65)은 4개월 남짓 정중동 행보를 마치고 “소통과 협력으로 보의연을 K메드와 K바이오의 발전을 돕는 연구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기관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한 원장은 취임 당시, 세계적 간 전문가로서 대학병원들의 구애를 고사하고 의료계에서 고생만 하는 자리로 알려진 보의연의 원장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그는 서울 중구 보건의료연구원 원장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보의연의 설립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일에 충실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의연의 영문명 NECA는 ‘국립 근거 기반 보건의료 협력 연구기관(National Evidence-based Healthcare Collaborating Agency)’이란 뜻. 2007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보건의료기술 및 제품에 대한 임상 성과 평가, 경제성 분석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소비자·보험자·의료기관 등에게 제공함으로써 의료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보건의료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 방침을 확정했고 2009년 3월 개원했다.

한 원장은 “보의연은 근거를 기반으로 지원이나 규제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연구기관”이라면서 허대석 초대원장의 입법·사법 기관 비유를 소개했다. 허 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사를 본령으로 하기에 사법기관에 비견될 수 있지만 입법 기준까지 세울 수는 없으므로, 보의연이 입법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한 원장은 의료계에서 ‘협력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소화기암 다학제 클리닉 개설을 주도했고 대한간학회이사장 재직 시 국내의 여러 연관학회를 합쳐서 ‘더 리버 위크(The Liver Week)’ 국제행사를 정착시켰다. 또 아시아 각국의 간 전문가들을 설득해서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APPLE)’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런 장점이 보의연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가 있나?

“선친이 ‘협력으로 빛나라’고 해서 이름을 광협(光協)으로 지었고, 어머니는 늘 서로서로 도우며 살라고 하셨다. 어릴 적부터 협력하고 소통했을 때 아집을 부릴 때보다 더 큰 열매들이 풍성하게 맺혔다. 예를 들어 간암클리닉에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도입했더니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더 리버 위크도 집중의 힘이 발휘됐다. 보의연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까지 보의연은 협력과 지원으로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협업과 지원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보의연, NECA를 규제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해일 따름이다. 지금까지 보의연 임직원들이 의료인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한 결과 임상연구에서는 일본을 따라잡았을 정도다. 보의연은 그동안 ‘선택과 집중’에 따라 10대 질환에 연구 지원을 집중해 왔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연거푸 논문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많은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보의연의 임상연구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보의연은 연구비뿐 아니라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활성화시켜 의료와 산업의 발전을 돕겠다. 보의연은 임상 데이터를 관리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기관이라는 것을 기억해 달라.”

-그래도, 일부 언론에서는 보의연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산업계에 대한 대표적 규제 허들로 보도하고 있다.
“일부 경제지가 소수 업체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이 문제다. 어떤 업체는 평가 신청만 해놓고 심사를 통과한 것처럼 주장하고, 어떤 업체는 기술력과 경제성이 부족한 것에 대해 규제 탓을 한다. 이들 업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 피해는 투자가와 국민 전체로 갈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도 결국은 손해다.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취재할 때 보의연에 ‘팩트 체크’ 과정을 거친다면 더 정확하고 객관적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우선, 보의연은 규제기관이 아니라 연구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구자와 업체를 돕는 연구기관이다. 내가 간경변증임상연구센터 소장으로 있을 때 학회에 진료지침을 요청했다. 일부 의사는 정부와 연관된 일을 도와주면 결국 의료계에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거부했지만 ‘심평원이 외국 사례중심의 낡은 진료지침으로 평가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설득을 거듭했더니 대부분 수긍을 했다. 보의연은 우리 현실에 맞는 기준을 세우기 위한 임상 연구를 주관하는 기관이고, 합리적 지침은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때에도 방역지침은 있었어도 진료지침은 없어서 일선 의료진이 혼란을 겪었다. 보의연이 대한의학회와 협력해서 전염병 예방과 치료뿐 아니라 미래의학에 대해서도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지침을 제시하면 혼란과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의연이 선도적, 선제적 연구로 우리 의료, 제약계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최근 보의연이 최근 빌 게이츠 부부가 출연한 미란다재단과 보건복지부,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이 공동 출연한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드’와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의료가 세계적으로 기여하는 데 보의연의 연구역량이 어떻게 기여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피 한 방울로 B, C형 간염이나 전염병을 체크하는 진단키트 가운데 정확도가 엄밀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1차 스크리닝에서는 유용하게 쓸 수가 있다. 보의연이 ‘가성비’를 검증해서 아프리카에 보급하면 전염병의 예방과 퇴치에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의연은 현재 외국 의료인과 보건인 대상의 위탁교육을 확대해서 K메디가 세계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도우려고 한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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