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분투하던 의료진에 이런 일이…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17호 (2020-05-28일자)

코로나19 극복, 절망의 황무지에 뿌린 희망의 씨앗

우주복 같이 무거운 방호복에 두 겹 장갑을 낀 손으로 흐릿한 고글 너머 주사 놓을 혈관을 찾을 때의  초조함, 이 복장으로 시시각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바깥과 소통해야 하는 긴급함,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환자가 눈을 감으면 눈물 흘리며 시신 처리까지 해야 하는 비통함….

대구의 코로나19 위기는 ‘고통의 시간’만으로 극복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내던진 의료진의 헌신과 고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은 “설마 그 위험한 데 가려는 건 아니겠지”하며 걱정하는 부모를 안심시키고, 전장을 향하는 장병처럼 자원해서 자신을 던졌습니다. 의사, 자원봉사자 모두 그렇게 투입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재태 경북대 교수가 엮은 코로나-19 현장의 기록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를 읽으면서, 숙연해지고 미안해지고 감사했습니다. 이 책은 백서(白書)가 나오기 전, 공식적 문서에는 담기 힘든 현장의 감정과 목소리를 담은 기록입니다.

레벨D 방호복은 사전교육을 받고도 처음 입는 데에만 15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방호복 내부는 사우나처럼 더워서 온몸의 땀구멍이 한 번에 열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피부가 고글과 마스크로 눌려 얼굴 여기저기 테이핑을 하지만 짓무르는 건 피할 수가 없고요.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2시간 동안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 가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고글 내부에 습기가 차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공포감이 엄습하고 모든 보호구를 벗어던지고 뛰쳐나가야 살 것 같다는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한기를 느끼는 경험을 합니다. 그래도 이겨내야 합니다. 눈앞에는 자신들을 믿고 생사와 싸우는 환자들이 있기에….

간호사들은 그렇게 해서 환자들이 살아 나갈 때 아무도 보지 못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어떤 환자는 속절없이 보내야만 했습니다. 임종 직전에 보호자 대표가 1개의 방호벽 창문을 통해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서글픔에 자가격리 기간인 보호자에게는 이마저도 허락이 안 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습니다. 환자에게 위기가 오면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마지막에 환자의 아내인 할머니가 남편이 들리도록 외치는 통화내용이 귀에 울려 퍼져서 눈물을 흘렸다는 배은희 간호사. 뿌옇게 변한 고글이 보이는 듯해서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음압병동의 간호사들은 환자가 유명을 달리하면 시신을 염습하고 밀봉하고 옮기는 모든 고통스러운 경험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환자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주사나 튜브, 모니터용 테이프 등 온갖 부착물을 떼지 않고 봉인해서 시신 처리하고 화장해야 하는 데 대해 망자와 유족에게 미안해했습니다.

의사들의 헌신도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대구시 의사들이 대거 전장에 뛰어드는 데 선봉에 섰던 이석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자원봉사 중 물건을 옮기다 넘어져 얼굴을 다치고 치아가 부러졌지만 치과 가는 걸 미루고 환자를 봤습니다. 마스크를 써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행운이라면서….

이 책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걱정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내던진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어떤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할 때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이은주 칠곡경북대병원 간호사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의무 때문에 떠밀려 왔다가 환자를 보는 것을 거부한 의사나 실컷 교육받고 밤에 줄행랑친 의사, 생활치료소로 기숙사를 내놓기로 한 대학의 스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학생 등 천불나는 모습도 있지만, 그래서 더 생생한 기록입니다.

산소의 고마움은 공기가 희박할 때 절감하듯, 위기의 상황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줄 알게 해줍니다. 왜 코로나19 팬데믹에 세계인들이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있는지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게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위기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어렵고, 힘든 분들일수록 꼭 일독해보시길 권합니다. 가슴 깊이 느끼게 될 겁니다. 우리는 결코 섬이 아니라는 점을, 진정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그 이상을!


오늘의 음악

1994년 오늘 태어난 ‘보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베토벤 연주곡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비창 2악장입니다. 둘째 곡은 영국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이탈리아 산태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입니다. 피아노협주곡 3번. 1968년 태어난 호주 가수 카일리 미노그의 ‘The Loco-motion’ 이어집니다.

  • 베토벤 비창 2악장 – 조성진 [듣기]
  • 베토벤 피아노협 3번 – 조성진 & 안토니오 파파노 [듣기]
  • The Loco-Motion – 카일리 미노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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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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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2020-05-28 14:07:58 삭제

      의료진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입니다. 우리모두 합심하여 지역사회 감염을 잘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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