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 데이터의 주인은 ‘나’…흩어진 데이터를 모아라

[사진=hakule/gettyimagesbank]
코로나19로 여러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증세를 스스로 점검하는 셀프 체크가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이제 자신의 건강 데이터는 스스로 체크하고 관리하고 활용까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많은 자가격리자들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자가격리 앱을 개발했다. 자가격리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매일 두 차례 이를 기록하고, 해당 내용은 자동으로 전담공무원에게 통보된다. 격리장소를 이탈할 시에는 전담공무원에게 알림이 간다.

꼭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자신의 신체활동, 수면의 질, 식습관 등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개인의 건강 데이터는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찾아올 전망이다.

지난 2016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2020년이면 미국 성인의 75%가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해당 논문이 전망한 것만큼 현재 PHR 사용률이 높지는 않으나, 이러한 전망을 내놓은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스마트 기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자신의 건강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기 한결 수월해진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PHR 서비스 제공 사업에 진출해 적극 투자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업이나 전자의무기록(EMR) 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건강 기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케어 서비스’를 시행 중이고, 구글은 스마트워치 기업인 핏빗을 인수했다. 라이프시맨틱스 ICT컨버전스연구소 김동범 이사는 바이오코리아 2020 컨퍼런스에서 구글이 핏빗을 인수한 것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핏빗이 보유한 이용자들의 ‘건강 데이터’ 정보를 활용할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활동, 수면, 영양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와 함께 건강 기록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는 의료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의료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요청하면 의료기관 데이터와 연계해 해당 정보들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직 국내 병원은 이 서비스에 연동된 케이스가 드물어 활용 빈도가 낮지만 이미 일부 국가는 이처럼 병원에 있는 의료기록까지 개인이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전자의무기록 시장을 70%가량 점령하고 있는 기업 에픽은 ‘마이차트’라는 PH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 예방 접종력, 진료 예약 등의 정보에 환자가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PHR 서비스가 아직 활성화된 것은 아니지만 2010년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내 손안의 차트’를 런칭해 투약 내역, 검사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2.0 개발로 만성질환, 암, 당뇨 환자 등이 증상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병원 등 몇몇 의료기관들도 PHR 서비스를 시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iN’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검진결과, 의료기관 방문력 등을 제공하고 있다. PHR 서비스를 실시하는 앱들도 있는데, 아직은 성장 동력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모바일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 PHR 서비스 등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환자생성데이터(PGHD)라 한다. PGHD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자 10명 중 4명이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하는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은 이러한 데이터를 의료진과 공유하고 있고, 10명 중 3명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국내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PGHD를 활용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PGHD를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이재호 교수는 바이오코리아 컨퍼런스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건강에 대한 인식, 건강 행동, 건강한 환경 조성 등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의 데이터가 더욱 풍부해져 환자 진료 시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연구자는 임상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즉, 환자의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모두 수렴된다.

PGHD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려면 몇 가지 장애요인들을 극복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방식, 자동으로 데이터를 가져오는데 드는 비용, 윤리적인 문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환자의 이해력 등이다. PGHD를 바탕으로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은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과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 중 누구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또한, 개인의 모든 건강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도 큰 과제다. 의료기관 곳곳으로 분산된 의료기록은 물론, 개인의 라이프로그 역시 앱 별로 분산돼 있어 데이터 생성부터 저장, 수집, 분석, 산업 활용 등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통합이 필요하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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