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잠든 나의 ‘의료기록’, 24시간 활용하려면?

[사진=andrei_r/gettyimagesbank]
하루 24시간 병원에 잠들어있는 나의 건강정보, 이를 깨워 일상에 활용할 수 있다면 건강관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테크놀로지의 도움과 개인의 건강정보를 관리하는 주최의 변화가 필요하다.

– 영화 ‘블레이드 러너’보다는 ‘아이언맨’ 같은 AI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현 해결능력을 풍자하는 하나의 실험이 있다. 비둘기를 훈련시켜 병리소견을 내리도록 한 연구다. 인공지능은 병리학자보다 병리학적 진단을 잘 내린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비둘기에게 암 조직을 발견하면 파란색 버튼을, 암 조직이 없을 땐 노란색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시킨 결과, 비둘기 역시 병리학자보다도 뛰어난 병리소견 결과를 보였다. 조류는 날아가면서도 100미터 전방의 벌레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시각이 고도로 발달해 있어 이러한 병리학적 판단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인공지능은 비둘기처럼 암 조직의 패턴을 단순히 구분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상이나 시그널을 판독하는 수준을 넘어 왜 그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지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의대 김주한 교수는 바이오 코리아 2020 컨퍼런스를 통해 인공지능은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인 ‘자비스’처럼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인공지능처럼 의사인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조인간이 아니라, 자비스처럼 여러 작은 지능적 기술들이 협력을 펼치며 필요에 따라 활성화돼 도움을 주고 다시 비활성화되는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관리를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 건강 데이터, 병원 아닌 개인이 관리해야

하지만 인공지능이 개인의 건강정보에 접근하는 것부터가 우선 난관이다. 인공지능은 병원마다 데이터가 달라 호환이 안 되는 문제, 의사의 복잡한 차트를 이해하는 문제, 의학적 표현을 이해하는 능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정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주한 교수는 “현재처럼 병원, 약국, 보험공단, 민영보험사 등으로 파편화돼 있는 한 사람의 데이터가 개인과 가족 중심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점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시대라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디바이스를 통해 얻는 개인 건강정보와 관리의 주최는 자기 자신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료시스템으로, 스마트기기에 기록된 라이프로그를 바탕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세요”라거나 “체중이 늘었네요”와 같은 간섭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나가게 된다.

물론 현재는 그 데이터가 매우 취약하다. 김 교수는 “개인의 건강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는 병원에 있는 의료기록에 있다”며 “그런데 이러한 데이터들은 주치의가 필요할 때 잠깐 활용했다가 대부분의 시간 잠들어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들은 의학연구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는 후세를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게 아니”라며 “잠자고 있는 의료기록 데이터를 깨워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를 상시적으로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중요한 또 한 가지 데이터는 ‘유전체 정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얻는 라이프로그 못지않게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얻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 병원에서 CT 한 번 촬영하는 비용으로 자신의 유전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평균 의학’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평균 용량의 약을 처방한다면,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에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용량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활용도가 높은 개인 건강 데이터다.

문제는 여기서도 유전체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누가되어야 하느냐다. 김 교수는 “유전체 정보는 주민등록번호보다도 강력한 프라이버시로, 기본적인 통제 주체는 본인이어야 한다”며 “만약 병원이 주체라면, A병원이 유전체 정보를 관리할 때 B병원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등의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 통제권은 본인 스스로에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의료기록, 유전체 정보, 라이프로그 통합 관리 시대로

즉, 앞으로 개인의 건강 빅데이터인 의료기록, 유전체 정보, 라이프로그 등은 개인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돼야 한다. 김 교수는 “기관마다 흩어진 개인의 건강정보를 호환하려면 정보 공유, 표준화, 상호운용성, 공유 비용 부담, 정보 저장 문제, 법적 책임 등 여러 이슈가 생긴다”며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개인 중심으로 정보를 통합하면 이처럼 파편화된 정보로 생기는 이슈를 해결하고 본인의 운동습관, 식습관 등의 정보까지 통합해 진정한 건강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건강 빅테이터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면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데이터를 해시값으로 저장해 데이터의 원본성을 보장하면서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고, 심지어 각 개인의 건강행동에 따라 코인을 주는 보상체계를 통해 건강 증진을 촉진할 수도 있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주권도 지키고 데이터의 완결성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러한 관심과 니즈를 충족하는 보다 많은 건강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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