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몸짱 집착 괜찮을까?

[사진=LightFieldStudios/gettyimagebank]
근육 만들기에 집착하는 소년들이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같은 추세를 언급하며 리버풀에 사는 찰리의 사례를 소개했다.

만 13세인 찰리는 코로나19로 학교에 안 가는 요즘도 새벽 5시면 일어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푸시 업을 55개씩 세 세트, 플랭크를 4분씩 세 번… 찰리는 숨 쉬는 게 힘들어질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찰리의 아침은 달걀 다섯 개에 토스트 네 조각. 점심은 연어와 쌀밥이다. 학교에 있을 때는 파스타를 먹어야 했는데, 집에 있는 덕분에 영양가 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찰리의 엄마에 따르면 그는 설탕을 안 먹는다. 소시지 같은 가공 음식도 물론이다. “열 세 살짜리 사내아이지만 찰리는 바나나, 요거트, 브로콜리 같은 건강식만 먹는다.” 덕분에 근육이 탄탄한 몸을 갖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물론 소셜 미디어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이슨 나가타 교수에 따르면, 요즘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청년들뿐 아니라 소년들까지 근육을 키우라는 압력에 시달린다. 2018년 미국 학생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13~18세 소년의 1/3이 몸무게를 늘리고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뉴캐슬에 사는 15세 소년 윌리엄도 그 중 하나. 6시에 일어나 한 시간여 조깅을 비롯한 운동을 한다. 오후에는 다시 차고에서 한 시간 동안 실내 자전거 등 기구를 이용해 땀을 흘린다.

18세 조슈아는 벌써 3년 가까이 체육관에서 하루 세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체육관이 문을 닫은 지금, 그는 근육을 잃을까 불안하다. 조슈아는 배낭에 책을 잔뜩 넣은 다음, 그걸 지고 푸시 업 등 운동을 한다.

부모들은 대개 “세상에는 담배나 술처럼 나쁜 것 천진데, 운동에 빠진 게 어딘가” 생각한다. 그러나 찰리의 엄마처럼 “아직 어린데 그렇게 무거운 걸 들어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비만이 심각한 세상에서 합리적 수준의 운동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상적인 몸매를 정해놓고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나가타 교수는 “소년들이 몸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섭식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버드 의대 강사이자 <아도니스 콤플렉스>의 저자인 로베르토 올리바르디아 박사에 따르면 “오랫동안 여성의 불안을 먹이 삼아 성장한 광고 등 산업이 이제는 남성을 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년들까지 위험해진 것이다.

건강이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해 운동한다는 것은 찰리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는 가슴과 팔뚝을 중점적으로 단련한다. 반면 다리 운동은 안 한다. 그는 반바지를 입지 않고, 따라서 다리를 볼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데이비드 빌 박사에 따르면, 소년들이 이상적인 ‘바디 이미지’에 매여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일이 없으려면 주변의 관심이 중요하다. 아이가 거울 앞에만 붙어 있지는 않은지, 운동에만 빠져 공부는 물론 친구나 가족까지 도외시하지는 않는지, 단백질 보충제는 물론 스테로이드 오남용까지 불사하지는 않는지 부모들이 잘 살펴야 한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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