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 강할수록, 문화 ‘잡식’한다 (연구)

[사진=Goodshoot/gettyimagesbank]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저급문화부터 고급문화까지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웠다. 이제 문화생활은 사치가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됐다는 점에서 영화관이나 박물관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최근 상황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B급 정서가 담긴 가벼운 오락 콘텐츠부터 교양곡이나 협주곡 같은 클래식,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VR게임까지 다양한 문화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에 꽂혀 열광하기보다 문화를 잡식성으로 섭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식자층이 좋아할 법한 고상한 취향과 대중적이고 키치한 문화들까지 골고루 향유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최근 연구의 답은 이렇다. ‘미학, 창의성, 예술 심리학(Psychology of Aesthetics, Creativity, and the Arts)저널’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문화 잡식성은 특정한 성격적 요인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는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나뉘었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미술 전시 등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였다면 길거리 공연, 그래피티 등은 보다 낮은 수준의 문화로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것. 또 전자의 문화는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면 후자는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한 욕구나 욕망 등이 투여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두 문화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졌고, 이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두 문화를 특히 함께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확인해보았다. 나르시시즘, 자존감, 본능적 욕구 등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를 진행한 뒤 이것이 문화를 즐기는 방식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에게서 문화 잡식성 성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자기애가 강하면서도 자신감 부족으로 불안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이 두 가지 문화를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의 문화 소비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고급문화에 해당하는 예술 작가와 대중문화 예술가 등 두 명에 대한 전기를 마련했다. 실험에 참여한 학부생 144명은 전기를 읽고 난 뒤 두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해당 작가의 전시회를 방문하거나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답했다. 작품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지도 평가했다.

그 결과, ‘불안정한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특히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둘 다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자기애와 자신감 부족이 결합할 때, 사회적 지위를 염두에 둔 고급문화와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수단인 저급문화 모두에 대한 소비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인의 기질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 이번 연구의 의미를 담았다. 단,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가 무엇인지, 나르시시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성격적 특징은 없는지 살피는 후속 연구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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