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손 위생, 인공지능으로 관리한다

[사진= 의료진의 실제 손 위생(위)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화면에는 광학형상(아래)으로 표현돼 의료진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
의료진의 손 위생은 환자 안전을 지키고,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최근 국내 연구진이 수술실 환경에서 의료진의 손 위생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수술실에는 장비가 오염돼 있을 수 있어, 환자와 기계를 수시로 접하는 마취과 의사와 수련의 등은 환자와 접촉할 때마다 알코올 젤로 손을 청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수술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다 보면, 수십 번 넘게 진행되는 손 위생을 매번 정확한 지침대로 완벽히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긴박한 수술실 환경에서도 손 위생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손 위생 동작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반복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조준영 교수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 김남국 교수 연구팀은 수술실 카메라를 이용해 알코올 젤 기반의 손 위생 동작을 감지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인공지능학회 ‘ICLR(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 2020’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검출하는 동작은 알코올 젤 성분의 손 세정제를 손으로 비비고 수건으로 말리지 않는 동작이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계속 처치하고 장비를 조작하는 마취과 의사와 수련의, 간호사 등 의료진 전반에게 요구되는 위생 수칙이다. 수술 집도의 등이 수술실로 들어오기 전에 수행하는 손 위생과는 구분된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의료진 손 위생을 관리하기 위해 훈련된 관찰자를 직접 수술실에 투입해 왔지만,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 모든 의료진을 관찰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손 위생 수행률은 높아도 정확한 지침을 지킨 비율은 낮아, 손 위생 문화가 온전히 정착되지 못했다.

수술실 카메라를 이용한 이번 인공지능은 의료진 손 위생을 24시간 전수 모니터링할 수 있어 유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화면에는 의료진 모습이 광학형상으로 표현되고, 피드백은 의료진 개인이 아닌 수술실 단위로 전달돼 의료진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사람 행동을 식별하는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영상 행동 분류에 탁월한 성능을 입증한 I3D 신경망을 사용했다. 이 신경망은 400여 가지의 행동 영상 데이터를 이미 학습해둔 상태로, 이번 연구에서는 수술실 손 위생과 관련된 동작 4가지를 추가로 학습했다.

손 위생 준수 동작은 ‘알코올 젤로 손 비비기’를 기준으로 했다. ‘수술 장비 만지기’, ‘장갑 끼기’, ‘장갑 벗기’ 등 세 가지 동작은 인공지능이 손 위생 준수 동작과 구분해야 할 행동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총 7600여 장의 학습용 동영상 데이터를 획득했다.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실제 수술실에서 성능평가를 거쳤는데, 약 0.5초(16프레임/초)마다 동작평가를 수행하며 손 위생 동작을 감지했다. 정확도는 68%다.

김성훈 교수는 “의료진 손 위생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했으나, 수술실이라는 급박한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을 제대로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이번에 개발한 최적화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수술실 내 의료진 손 위생을 항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줄 뿐 아니라, 이미지를 광학형상으로 표현해 민감한 개인정보보호 문제까지 해결했다. 향후 수술실에 도입한다면 의료진이 자연스럽게 손 위생 습관을 갖도록 도와, 환자 안전과 병원 내 감염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교수는 “인공지능이 병원 내 동영상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으면, 감염관리뿐 아니라 환자 낙상 및 호흡상태 모니터링, 노약자 동선 분석 등 의료진이 해야 하는 다양한 비디오 모니터링을 자동화 할 수 있어, 의료진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임에도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기술을 고도화해 병원 내 다양한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조준영 교수,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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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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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2020-04-28 17:35:02 삭제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실수도 줄고 감염 관리도 편하게 할 수 있을것 같네요. 대한민국 의료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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