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 코로나 안전거리 2m 무색 (연구)

[사진=AndreyPopov/gettyimagebank]
# 지난 1월 24일 낮, 중국 광저우 시내 식당

마흔 평 남짓 식당. 테이블 10개에서 모두 73명이 점심 식사 중이었다. 1월이지만 낮 최고 기온 24도. 아열대 도시다운 습한 날씨였다. 창이 없는 식당엔 에어컨이 가동 중이었다.

이 가운데 다섯 명이 둘러앉은 한 테이블. 어제 여행으로 마치고 우한에서 돌아온 일가족이었다. 멀쩡해 보였던 이들 중 63세 여성이 이날 밤 고열과 기침 때문에 병원에 갔다.

그 후 2주 동안 이 식당의 손님 9명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여성의 가족 네 명을 제외하면 모두 이 여성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다면 손님 73명 중 누군 전염되고, 누군 안 된 이유가 뭘까? 중국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안 윤 루 박사 연구팀은 확진자가 발생한 테이블 배치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여성이 앉은 테이블과 이웃한 테이블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온 것은 그럴 만 했다. 그러나 이웃했으나 확진자가 없는 테이블도 있었다.

식당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뜻밖의 변수가 나왔다. 에어컨이었다. 에어컨 바람 방향과 일직선에 놓인 테이블 3개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던 것. 문제의 테이블과 인접했더라도 에어컨 바람을 함께 쐬지 않는 쪽, 즉 바람 방향과 수직으로 인접한 테이블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에어컨 바람이 비말 전파를 촉발한 것”이라며 “실내 공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가 감염의 주요 변수”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보건당국이 권고하는 2m라는 안전거리가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이 일으키는 바람 앞에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하비 파인버그 박사는 “식당에 테이블을 배치할 때는 공기 흐름을 사려 깊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곳곳에 자외선 살균기를 놓아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를 살균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이나 유흥장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COVID-19 Outbreak Associated with Air Conditioning in Restaurant, Guangzhou, China, 2020)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간하는 ‘응급 감염 질환(Emerging Infectious Disease)’ 7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뉴욕 타임스 등에 보도됐다.

[코로나맵=이동훈님 제공]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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