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과일·장미·캐러멜 등 냄새 구분 못해 (연구)

[사진=Yuri_Arcurs/gettyimagesbank]
최근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가장 주목되는 증상은 ‘후각 상실’이다. 다른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후각이 둔해지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는 갑작스럽게 완전히 후각을 잃은 40대 여성의 사례가 새롭게 보고됐다. 이 여성은 코로나19 증상으로 ‘후각상실증(anosmia)’이 나타났다. 마른기침 증상도 보였지만 고열 등의 다른 증상은 없었다.

코로나19의 전형적인 증상은 마른기침, 38℃ 이상의 고열, 호흡곤란 등이다. 또 상당수는 특별한 증상 없이 넘어가 감염 여부를 눈치 채기 어려울 수 있다. 일부는 설사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최근에는 이 여성처럼 후각이나 미각 상실이 보고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 여성의 후각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총 다섯 가지 향을 준비해 냄새를 감지하는 검사를 받도록 했다. 연구팀이 준비한 향은 캐러멜,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과일, 동물 배설물로 만든 거름, 장미 등이다.

실험 결과, 이 여성은 이 향들을 맡지 못하거나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기침이나 열처럼 다른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후각을 잃는다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후각상실을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의 하나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환자가 후각 상실, 열, 기침 3가지 증상을 다 보인다면 이때는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자가 후각 상실을 경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냄새를 감지하지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MRI와 CT 촬영을 해본 결과, 냄새를 싣고 들어온 공기가 통과하는 코 뒤쪽의 좁은 공간이 부어있었다. 염증이 생겨 부은 부위 때문에 냄새가 후각상피에 도달하지 못하고 차단된 것. 후각상피는 콧속에 냄새를 감지하는 점막이다.

코 위쪽에 위치한 후각 신경구는 정상적인 상태였다. 이 부위는 냄새 정보를 처리한다. 이 여성은 미각 역시 잃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열이나 코 막힘 증상도 없었다. 간혹 코가 막혀 냄새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여성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킹스 칼리지 런던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중 60%가 후각이나 미각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고되는 연구들은 후각 상실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양새다. 영국이비인후과(British Association of Otorhinolaryngology)의 보고에 의하면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중 30% 정도가 후각상실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코 점막을 침범하면 후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열, 기침 등의 증상이 심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 중 코 막힘, 근육통 등 다른 증상을 보이거나 후각 혹은 미각 상실을 보이는 케이스들도 보고되고 있어 추후에는 후각 상실도 코로나19의 여러 주요 증상 중 하나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맵=이동훈님 제공]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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