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01호 (2020-03-30일자)

미사여구, 자화자찬과 춘성의 육두문자

교언영색(巧言令色), 번지르르한 말과 위선의 얼굴로 박수 받는 ‘우중(愚衆)의 영웅’에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1891년 오늘은 ‘욕쟁이 스님’으로 알려진 춘성(春城) 이창림이 강원 인제군 원통리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춘성은 13세 때 집 부근의 백담사로 찾아가 만해의 제자가 됐고, 만해가 3·1 운동을 주도했다가 투옥되자 옥바라지를 하면서 ‘조선독립의 서’를 비롯한 밀서를 상하이 임시정부에 보냈습니다. 동선, 진종 등 큰스님들에게 불교 이론을 배웠고, 경서들을 철저히 공부해서 《화엄경》은 거꾸로 외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53세에 만공의 가르침을 받으러 갔을 때 만공이 춘성의 말과 글재주가 너무 뛰어나다고 걱정하자, 3년 동안 눕지 않고 참선하기도 했습니다.

춘성은 무소유(無所有)의 스님이었습니다. 절에서 남루한 승복 한 벌만으로 지내, 신도들이 양복을 사주면 시내 놀러가 거지에게 벗어주고 팬티 바람으로 절까지 걸어오곤 했습니다. 평생 ‘고승을 위한 독방’에서 머물지 않았고, 대중들과 함께 수양했으며 이불을 덥지 않고 잤습니다.

스님은 “나에 대한 일체의 그림자를 찾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 구전으로만 여러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특히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내뱉는 기행이 유명한데, 전하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스님의 언행에는 걸림이 없어서 ‘무애도인(無碍道人)’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버스에서 기독교 전도사들이 타서 이 가운데 한 명이 스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우리 주는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으니 예수를 믿으라”고 하자, “예수는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났지만 내 X은 매일 아침 다시 살아난다”고 일갈한 일화는 유명하지요. 춘성이 불교를 지키고, 기독교를 공격한 일화로 해석하지는 않으시길…. 춘성은 종교 자체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서 고민했던 큰스님이었습니다. 여러 일화들이 있지만, 오늘은 두 가지만 더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 할머니가 콧대가 높아 결혼을 마다하는 손녀를 절에 억지로 보내서 법문을 듣게 했습니다. 춘성이 법문을 설파하다가 손녀를 지목하고 “네 좁아터진 그곳으로 내 큰 것이 들어가겠느냐”고 하자, 아가씨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법당을 뛰쳐나갔습니다. 아가씨가 씩씩거리며 할머니에게 “사이비 땡초”라고 비난하자, 할머니가 “그러면 그렇지, 바늘도 안 들어갈 네 좁은 소갈머리에 어찌 바다 같은 큰 스님의 법문이 들어가겠느냐”고 나무랬다고 합니다.

춘성이 강화도 보문사에 있을 때 육영수 여사가 찾아와서 인사를 하자 “입이나 맞추자”고 대답해서 수행원들을 혼비백산하게 했지요. 육 여사는 춘성의 기행을 잘 알았기에 미소로 농담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일에 초대합니다. 청와대에서 육 여사가 법문을 청하자 마이크 10여 분 잠자코 있다가 “오늘은 육영수 보살이 지 애미 뱃속에 있다가 응아하고 ××에서 나온 날입니다”라고 입을 열고 육두문자가 섞인 법문을 펼쳤다고 합니다. 그 자리의 권력자들은 안절부절못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웃으면서 “역시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춘성의 육두문자에는 미움과 증오가 없었습니다. 6·25 때 망월사를 지켰던 춘성은 몇몇 승려가 도망갔다가 돌아오자 “개 × 같은 놈들아!”하고 일갈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절을 지킨 승려와 신도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양해해주기를 권했습니다.

미사여구, 자화자찬이 뒤덮는 요즘 세상에서 ‘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스님이 지금 저런 말을 했다면 세상을 오로지 흑백으로만 보는 ‘자칭 교양인’들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겠지요. 그 기행의 뜻을 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시인 김수영의 ‘폭포’에 어울리는 큰사람 춘성 같은 큰 인물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김수영의 ‘폭포’


[대한민국 베닥] 유방암 분야 정준 교수

유방암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준 교수가 선정됐습니다. 정 교수는 환자들 사이에서 속정 깊은 의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암 치료하는 암 환자’ 이희대 교수의 제자로 환자 유방을 최소한 절제하고, 주변 부위를 살리는 수술을 보급해왔습니다. 요즘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병행요법으로 방사선 치료횟수를 줄인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전이암의 연구에도 열심이어서 동료, 제자들과 매달 100편 이상의 논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명의 스승과 제자 사연 보기


오늘의 음악

오늘이 생일인 두 가수의 노래 준비했습니다. 1968년 오늘 태어난 셀린 디온의 ‘Power of Love’와 1979년 오늘 태어난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 이어집니다.

  • Power of Love –  셀린 디온 [듣기]
  • Don’t Know Why – 노라 존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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