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소화제라 선물 받은 약, 만성콩팥병 환자가 먹어도 될까?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탄산칼슘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인결합제의 용도로 사용된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일전에 필자 병원의 직원으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여행을 간 괌의 쇼핑샵에서 ‘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좋은 천연소화제’라고 적극 추천해서 해서 사 왔다고 하였다. 한 병에 160정인가 들어 있었는데 알약들의 색깔도 분홍, 하늘색, 주황, 노랑 등 다양하고 예뻤다.

성분을 보니 ‘탄산칼슘’이었다. 흔히들 탄산칼슘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데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이다. 대리석, 석회암, 조개, 진주, 산호 등이 탄산칼슘이다. 이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은 속쓰림의 특효약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소화제 하면 이 약을 생각할 만큼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복용 후 수 시간이 지나면 산이 더 많이 나오는 산 반등 현상 이 있어서 위궤양 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국내에서는 위산 중화의 목적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탄산칼슘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인결합제의 용도로 사용된다. 콩팥병 환자에게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고인산혈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다. 고인산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에서의 골질환과 혈관 석회화의 주범이다. 즉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인의 배설이 감소하여 혈중 인의 레벨이 증가하게 되는데 혈중 인이 증가하면 인이 칼슘과 결합하여 혈중 칼슘을 낮추고 그 결과로 저칼슘혈증이 생기며 그 결과로 비타민D 합성도 저하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부갑상샘 기능항진을 초래하게 된다. 그 결과로 결국은 뼈가 약해지고 혈관에는 칼슘이 침착하여 동맥경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인결합제는 식후에 바로 먹어야 한다. 탄산칼슘을 복용하는 목적이 음식물에 들어있는 인의 흡수를 막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결합제는 인과 결합하면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서 변으로 배설된다. 탄산칼슘 중 칼슘 성분은 자석의 양극과 음극이 바로 달라붙듯이 인을 만나면 바로 결합한다. 서로 찰떡궁합(?)이다. 탄산칼슘과 함께 초산칼슘도 인결합제로 많이 쓰인다. 이들을 총칭하여 칼슘 함유 인결합제라고 하는데 칼슘 함유 인결합제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즉 혈청 인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종종 혈중 칼슘 레벨을 올리고 혈관 석회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칼슘을 함유하지 않는 인결합제를 써야 한다.

대부분의 만성콩팥병 환자는 인결합제를 복용하지만 인 섭취도 줄여야만 혈중 인치의 조절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인의 섭취를 줄이려면 단백질을 적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단백 섭취를 줄이면 인 섭취를 줄일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영양결핍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인 섭취량을 맞추려고 단백 섭취를 줄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 결국 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서 이들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육류 등 단백과 함께 인 함량이 높은 음식은 유제품, 콩류, 견과류, 정백하지 않은 빵과 곡류, 탄산음료(특히 콜라) 등이다. 음료(우유-요구르트/치즈, 두유(콩), 또는 콜라)와 함께 통밀빵이나 현미밥을 먹는 사람을 연상하면 쉽게 암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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