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이식… ‘조기’에 하면 좋을까?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기진단’은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의 경우 오심이나 구토 등 요독증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진단이 어렵다.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아 가면 이미 만성콩팥병이 많이 진행된 다음인 경우도 많다. 종종 말기신부전을 목전에 두고서야 진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투석이나 이식 준비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많은 병들이 ‘침묵의 병’이라고 하여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많이 진행된 다음에야 증상을 보인다. 증상이 나온 다음에는 치료를 하더라도 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조기에 질병을 진단하여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싹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라는 것은 병마다 다를 수 있는데 위암을 예로 들면 암 조직이 위 점막의 표층에만 국한되어 있는 조기암 단계가 조기일 것이고, 치매는 인지장애 단계가 조기일 것이다. 이들 환자에서 피 한 방울로 특정 질병의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조기진단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고 많은 성취가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조기투석’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만성콩팥병이 진행되어 사구체여과율이 15mL/분/1.73㎡ 미만으로 감소되면 이를 제5기, 즉 말기신부전이라고 한하는데 이때가 투석이나 이식 등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제5기에 도달한 이후 구체적으로 언제 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하여는 의견이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규모 연구는 조기투석에 대한 무용론을 뒷받침한다. 즉 ‘조기투석이 지연투석보다 환자의 사망률이나 삶의 질 등의 면에서 나을 것이 없고 오히려 시간이나 재정적인 부담만 지울 뿐이다’라는 것이다. 결국 투석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사구체여과율이 사구체여과율이 15mL/분/1.73㎡로 떨어진 다음 바로 투석을 시작하지 않고 6mL/분/1.73㎡ 미만에서 투석을 시작하는 지연투석이 힘을 받는 경향이다. 단 사구체여과율의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임상적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투석 시점을 정할 것이 권유된다. 즉 요독증의 임상증상이 있거나 체액 과다, 불응성 고칼륨혈증, 또는 산혈증 등이 있으면 즉각 투석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즉각 투석을 하려면 당연히 투석접근로는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조기이식’은 적극 권장된다. 조기이식이라 함은 투석이 필요한 시점에서 투석을 하지 않고 바로 이식을 시행하는 선제적 콩팥이식을 말한다. 적합한 콩팥 제공만 있다면 굳이 투석을 먼저 하다가 이식을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국내 한 연구를 인용하면 투석을 하지 않고 바로 콩팥이식을 하거나 이식 전 투석기간이 19개월 미만이었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환자 생존율이 우수하고 이식 후 거부반응도 적었다고 한다. 조기이식은 이러한 이점은 물론이고 환자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적극 권장할 만하다. 투석은 콩팥의 기능을 대체해 준다고는 하지만 콩팥의 배설과 조절기능의 일부만 보완할 뿐이고 내분비 기능 대체는 불가능하다. 반면 이식은 콩팥의 기능을 거의 완전히 메워주기 때문에 투석과 이식 간 환자의 삶의 질의 차이는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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