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 코로나19 걸렸다면 병원의 책임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19) 위기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감염돼 일부가 사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환자나 보호자 또는 유족이 병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사가 진찰이나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의 통상적인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의학상식을 뜻하기 때문에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전 판례에서 병원이 감염환자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면 비록 환자들이 감염돼도 전염병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매우 드물고, 이 경우에도 병원의 책임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 및 재해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설령 연관성을 인정해도 병원 측의 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주로 내왔다.

2013년 신종플루 사망자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병원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당시 유족은 “고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신종플루가 심각한 단계였고, 전형적 증세를 보였지만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병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에서는 병원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병원의 응급처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환자가 세균성 폐렴 증세를 보인 점과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사망률이 높은 점을 들어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위의 결과를 고려하면, 개인이 코로나19감염에 대한 책임을 병원에 제기하더라도 개인이 병원에 승소할 가능성은 낮고, 승소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액은 병원비나 일실이익(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가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지를 따진 금액)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병원이 코로나19 감염환자에게 즉각 대응하지 않고, 병원에 발생할 손해만을 생각하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병원이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다른 이들에게 병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지하지 않고 오히려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아 사후 피해를 확대시켰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해서 입원 및 외래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감염환자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병의원이 코로나19감염환자를 진료하면서 받은 피해나 정부의 진료중지명령을 받아서 입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받을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따르면 정부는 ▶손실보상심의의결에 따라 감염병관리기관의 지정 또는 격리소 등의 설치운영으로 인한 손실 ▶접촉자 격리시설 설치운영으로 발생한 손실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등을 진료한 의료기관의 손실 ▶의료기관의 폐쇄, 업무정지 등으로 발생한 손실 등을 보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는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들을 치료, 진료, 격리했거나 병동을 폐쇄한 의료기관 등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런 보상은 직접피해에 한정된다.

따라서 만약 동네의원은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다녀와서 일정 기간 문을 닫게 되더라도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보건소에 연락해서 공식적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지 공식문건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적시된 날짜에 한해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보상이 어렵고, 간접적 피해도 보상은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코로나19감염병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감염됐다면 산업재해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2020년 1월 1일 감염병예방법 법률이 개정돼 코로나19도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됐고, 2020년 2월 근로복지공단은 보건의료·진단 수용시설 종사자가 진료 및 업무수행과정에서 코로나19감염자와 접촉해 발병하는 경우 산업재해로 처리하는 보상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됐을 때 감염의 원인으로 업무관련성이 입증되면 의사, 간호사 외에 병원직원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근무과정에서 신종감염병에 감염되어 장애를 입더라도 근무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어 공중보건의가 신종플루로 영구적인 인지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사건에서도 법원은 ‘인지장애의 직접 원인이 신종플루라고 확인할 수 없으며 설령 신종플루로 장애를 얻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병원 측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초과근무를 하는 전공의나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들과 같이 감염예방 및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인에게 현재 법령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이외의 어떤 보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숱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의료진은 코로나19를 방어하는데 최전선에 서고 있다. 수많은 의사, 간호사가 단지 경제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 의무감과 봉사정신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들을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이 잘 모르는 수많은 고충을 겪고 있고,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런 의료인의 직간접적 피해에 대해 사회가 의료인의 의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진의 자긍심을 살릴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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