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학병원들 위태로운데…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93호 (2020-02-27일자)

코로나-19, 대학병원 정상화 무너지면…

[사진=4X-image/gettyimagesbank]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은 본능적으로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도록 발전하지만 너희들 인류는 그렇지 않아. 너희는 한 지역에서 끊임없이 번식하면서 모든 자연자원을 소모시킨 뒤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다른 곳에서 번식하는 것을 택하니까. 지구상에서 너희와 같은 것들은 하나 밖에 없지. 무엇인지 아나? 바이러스야.”

1999년 세계를 들썩인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주인공에게 한 말인데, 맞는 말일까요? 과학적으로는 스미스가 틀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연의 파괴자처럼 보이는 인류가 결국은 환경과 공존하는 길을 가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숙주를 절멸시키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인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때문에 ‘홍역’을 치렀는데, 홍역과 천연두, 스페인독감, 에볼라 등은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간염과 간암,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에이즈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체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가 병을 일으킵니다. 그렇다고 공포에 짓눌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의학 명칭 SARS-CoV-2)가 한국인에게 악몽 같은 나날을 주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면….

세균, 즉 박테리아는 세포의 특성을 갖고 있어 혼자서도 살지만,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은데다 핵산 부분이 약간의 껍질로 싸여있는 구조이고 숙주(宿主)의 세포 안에서만 살 수 있는 ‘반(半) 생물’입니다. 숙주의 절멸은 자신의 살 길을 막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공존하기도 해서 현재 사람 유전자의 10% 이상이 바이러스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모체의 면역세포가 태아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태반 합포체 영양막이 바이러스 덕분에 기능케 됐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바이러스=악마는 아니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체에 대해서 100% 모르지만 지금까지 행태로 봐서 전파력은 크지만, 파괴력이 핵폭탄급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피해는 상상 이상입니다. 정부가 조금만 더 겸허해서 전문가들의 경고를 받아들여,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적극 실행했다면 지금 상황이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것이 가정일 따름입니다. 초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른 나라처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했겠지만, 지금은 ‘옛날 일’입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는 이미 기회를 놓쳐 효력이 없다는 의견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방역의 기본전략을 하루빨리 바꿔야 합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11개 의학회는 감염원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격리하는 봉쇄전략에서 벗어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다른 나라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냉철한 현실을 보지 않았습니까?

우물쭈물하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붕괴해서 큰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곳곳에서 확진환자가 들렀다고 해서 병원들이 폐쇄되고 있습니다. 의사나 병원 직원이 확진환자와의 접촉이 의심된다고 해서 기존 환자를 정상 진료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의사가 ‘만일의 경우’ 때문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스마트 폰 영상을 보면서 전공의에게 중증 환자 치료를 지시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대학병원에서 특정지역에 다녀온 환자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접촉 의심자가 병원에 들른 것으로 판명되면 병원이 폐쇄되기에….

방역 정책은 속도전이기에 이제는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워 실행하기를 빕니다. 11개 의학회가 조심스럽게 건의했지만 지역마다 별도의 전담병원을 지정하고(영화 ‘컨테이젼’에선 체육관에 환자를 수용했고, 중국은 초스피드로 별도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병원의 정상적 진료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최소한 병원에서 마스크가 부족해서 곤란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시민은 위생에 더욱 더 철저해야 합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당분간 집에서 머물며 열이나 기침이 나면 외출을 삼가고, 며칠 기다렸다가 가라앉지 않거나 심해지면 선별진료소를 찾거나 보건소, 1339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의 경우처럼 증세가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하고, 중증일 때 음압실을 이용토록 해야 합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리세팅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거짓말이 횡행하는 종교의 민낯과 특정병원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봤습니다. 마스크 대란을 통해서 누가 어떤 거짓말을 했고, 어떤 이익을 봤는지 곧 볼 것입니다. 반면, 시민들은 위생에 더욱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공동체 의식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은 평소에 감기, 독감이 폐렴으로 악화돼 눈을 감는 사람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폐렴으로 숨지는 사람 못지않습니다. 이런 현실에 눈감고 바이러스를 완벽퇴치의 대상으로만 여기면 어쩌면 더욱 더 깊이 수렁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바이러스의 실체를 알고 사람을 본다면, 길은 있을 겁니다. 이 수렁,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승리의 노래 세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존 바에즈의 ‘We Shall Overcome’입니다. 퀸의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 이어집니다.

  • We Shall Overcome – 존 바에즈 [듣기]
  • We Will Rock You 외 – 퀸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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