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좋은 혈압약이 따로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장은 체액량과 말초혈관 저항을 각각 조정하여 혈압을 조절한다. 콩팥병이 발생하면 콩팥의 혈압조절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므로 고혈압이 발생한다. 실제 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유병율은 60~80%로 일반인의 30%에 비해 현저히 높은데 콩팥기능이 감소될수록 고혈압의 유병율은 점차 높아진다. 고혈압의 정도도 심해진다. 고혈압은 콩팥손상을 촉진하여 콩팥질환을 악화시키는데 사구체고혈압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 수축기혈압이 150mmHg를 초과하면 신장의 자가조절기전(renal autoregulation)의 이상으로 사구체 고혈압이 발생된다. 사구체 고혈압은 사구체 모세혈관에 기계적 자극을 주어 사구체경화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주위 조직에도 염증반응과 섬유화를 초래하여 콩팥 손상을 촉진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좋은 혈압약은 따로 있다. 즉 혈압을 낮추는 효과는 물론이고 사구체고혈압을 낮추어야 하고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가 우수하여 궁극적으로는 콩팥기능을 잘 보호할 것이며 심혈관계 합병증의 예방에도 효과가 좋은 혈압약이 좋은 혈압약이다. 이러한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혈압약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이하 ACEI)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이하 ARB)이다. 본 약제들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우선 선택하여야 할 약제이다. 특히 사구체 고혈압을 낮추고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우수하다. 항염작용을 보이고 콩팥이 굳지 않도록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더구나 심장에 대한 보호 효과까지 있다.

만성콩팥병에서 ACEI나 ARB만으로 혈압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 환자에서 철저한 혈압조절을 위해서는 2개 이상의 혈압약을 병합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병합에 우선 선호되는 약제는 이뇨제와 칼슘차단제이다. 이뇨제는 ACEI나 ARB의 혈압강하 효과 뿐 아니라 단백뇨 감소효과도 증강시킨다. 사구체여과율이 50mL/분 미만인 경우에는 ‘씨아자이드’ 계통은 효과가 없으므로 라식스 계통의 고리이뇨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칼슘차단제는 ACEI/ARB와 이뇨제 병합요법으로 혈압조절이 미흡한 경우 다음 단계의 병합 투여 혈압약으로 유용하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목표혈압은 일반 고혈압 환자와 다르다. 일반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140/90 mmHg인데 만성콩팥병 환자는 130/80 mmHg 미만이다. 여기에 하루 단백뇨가 1g 이상인 사람에게는 125/75 mmHg 이하로 목표혈압을 더 낮춰야 한다. 혈압 조절의 목표가 일반 혈압 환자에 비해 대단히 엄격한데 콩팥 보호와 함께 단백뇨 감소를 감안한 목표혈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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