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76호 (2019-12-23일자)

맬서스의 열린 지성과 한국의 ‘지식 전사’들

 

존 린넬의 맬서스 초상화. 맬서스는 구순구개열(언청이) 환자로 67세 때 수술을 받고 이후에만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신빙성이 낮다. 그 나이에 위험을 각오하고 수술 받을 이유가 별로 없으며 초상화에도 수술 자국은 없다. [사진=위키피디아]
영국 서남쪽의 아름다운 도시 바스는 1세기 이곳을 점령한 로마인들이 목욕탕을 만들었다고 해서 ‘Bath’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1834년 오늘(12월 23일) 이곳에서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장인 집에 들렀다가 68세의 나이에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맬서스는 당시 지성인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경제이야기》에서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애도하러, 일부는 그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왔을 것“이라고 썼을 정도로….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맬서스는 이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인구론》을 발표했습니다. 맬서스의 주장은 《인구론》의 초판에만 있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맬서스는 인구의 급증에 따라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며, 이는 정부의 빈민 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시인 사무엘 콜리지는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했다며 숱한 시로서 공격했고, 찰스 디킨스는 사람이 개과천선해서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크리스마스 캐럴’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후대의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는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책”이라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지구 전체로 봐서 아직도 유용한 이론이라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인구 억제책이 한동안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것도 사실입니다. 학문의 영역에서도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동기를 제공했고, 케인스 학파에 큰 영향을 미쳐 미국이 공황을 벗어나는 데 일조했습니다.

맬서스는 세계 최초의 경제학 교수였습니다.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를 ‘경제학의 태두’로 부르지만 그는 도덕철학 교수였습니다. 맬서스는 39세 때 이스트 인디아 컴퍼니 칼리지의 정치경제학 교수가 되는데, 《인구론》은 이보다 7년 전 케임브리지대학 지저스 칼리지 강사였을 때 발표합니다.

《인구론》은 맬서스가 32세 때 아버지와 토론 과정에서 나온 책입니다. 데이비드 흄, 장 자크 루소 등과 교류했던 아버지는 역사의 진보를 믿었고, 빈민에게 부양자녀에 따라 생활보조금을 주려는 정부 정책을 옹호했지만 아들은 반대했습니다. 아들은 빈민의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버지는 논쟁을 벌이다가 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책으로 발간할 것을 권합니다.

맬서스는 미국의 대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통계자료를 받아서 인간과 식량의 관계를 분석한 뒤, 아버지가 믿었던 윌리엄 고드윈의 《정치적 정의》와 니콜라 드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등의 주장을 논박하는 《인구론》을 익명으로 내놓습니다. 이에 ‘철학적 아나키즘의 아버지’ 고드윈은 《인구에 대하여》를 써서 맬서스에 반박했는데, 맬서스는 여기에서 성도덕에 따른 인구 억제책을 수용해서 개정판에 포함합니다. 맬서스는 6편의 개정판을 내는 과정에서 다른 학자와 논쟁을 벌이면서 일리가 있으면 수용했습니다.

맬서스의 ‘공황론’은 친구인 데이비드 리카도와 ‘곡물법’에 대한 논쟁 가운데 나왔습니다. 리카도는 곡물을 수입하면 곡물 가격이 떨어져 서민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맬서스는 ‘유효수요’는 한정돼 있으며 가격이 떨어져도 빈민들은 곡물을 살 수 없고 농가에 피해만 줄 뿐이라며 반대합니다. 나아가서 소득 중에서 저축이 유효수요보다 많으면 생산물의 재고가 증가해 불황과 공황이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대공황 때 케인스는 이를 받아들여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을 펴내고 불황일 때 정부가 과감히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적절히 세금을 줄여서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맬서스와 리카도는 이런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의 이론을 가다듬었으며, 서로 존중했습니다. 맬서스는 ‘금수저’ 출신인데다가 케임브리지 출신의 인텔리였지만,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독학파 경제학자 리카도에게 편지를 보내 “글로만 다투지 말고 직접 만나서 토론하자”고 제안한 뒤 평생 지적(知的) 친구가 됩니다. 맬서스보다 6살 어리지만, 11년 먼저 세상을 떠난 리카도가 죽기 전 맬서스를 유산상속인으로 지명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지적 풍토에서 과연 가능할까요? 자신은 옳고, 반대편은 틀리다는 생각을 가진 ‘얼치기 지식인’들은 반대편의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종지만한 그릇으로 큰 그릇의 인물을 쉽게 단정합니다. 진영의 지식 전사(戰士)가 대우받고, 계속 자신을 넓혀가려는 학자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경제 쪽에서도 돈 잘 버는 장사꾼은 있어도, 큰 기업가는 나오기 힘듭니다. 정치가 이런 흐름을 부추기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이른 흐름은 갈수록 더한 듯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는 어떤가요? 맬서스의 아버지처럼 자신보다 더 크고 넓은 자녀나 젊은이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있나요? 생각과 이론이 다른 사람은 자신을 넓혀주는 소중한 존재인데, 과연 존중하고 있나요?

우선, 오늘은 자기 생각과 다른 쪽의 책 한 권을 사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정치적, 지역적 가치에 있어 반대편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의 이유를 곰곰이 짚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스로 넓어지기 위해서, 나아가서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의 음악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곡은 한때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했던 시아의 애잔한 노래 ‘Snowman(눈사람)’입니다. 한글 번역 가사가 붙어있습니다. 다음 곡은 요즘 20, 30대에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송이랄까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2014년 발표한 ‘Santa Tell Me’ 이어집니다.

  • Snowman – Sia [듣기]
  • Santa Tell Me – 아리아나 그란데 [듣기]

[오늘의 건강상품] 무농약 수경재배 명품 새싹보리

파종 후 10~15㎝의 보리 새순을 곱게 갈아 만든 새싹보리가 요즘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지요? 몸에 좋다고 하니 홈쇼핑에서도 온갖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그린너트의 ‘순수새싹보리’는 농약 없이 수경재배 방식으로 길러 GAP 인증을 받은 명품 새싹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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