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종이라도 치료법 각기 달라”…암 치료 패러다임 바뀐다

[사진=CI Photos/shutterstock]
근래 들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술과 일반적인 항암, 방사선치료에 그치지 않고 정밀의학에 바탕을 둔 개인별 맞춤치료를 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장정순 혈액종양내과 교수(대한종양내과학회 회장)는 “현재 항암치료의 변화와 방향성은 면역치료와 정밀의료, 개인맞춤치료라고 할 수 있다”며 “같은 암이라고 할지라도 환자마다 암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 상태가 각각 다르고, 장기 및 환자전신상태 등도 다르므로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암의 일반적인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로 나뉘었는데, 최근 항암치료 트렌드는 암 관련 유전자들의 변이를 살펴서 치료에 반영하는 정밀의료, 여기에 맞춘 개인맞춤치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치료 전략에 대한 수단으로는 암 관련 표적 효소에 대한 표적치료와 면역관문억제제를 주로 사용하는 면역치료가 있다.

◆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맞춤형 표적치료

정밀의료를 이용한 개인맞춤형 표적치료방법은 전이성 암 환자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위암이라도 환자별로 암을 생기게 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동일한 항암치료가 아닌 각 돌연변이에 맞는 서로 다른 항암치료를 한다. 실제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팀은 1차 항암 치료를 실패한 말기 위암 환자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분석해 암 관련 8가지 유전자 변이를 확인, 표적항암제 8가지 신약을 골라 투여해 기존의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40% 정도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황인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아직은 대부분의 위암환자가 같은 종류의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부 환자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맞춤형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런 맞춤형 항암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앞으로 면역치료와 개인별 맞춤치료에 의해 항암치료 효과가 더욱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장암 환자의 45%도 대장암과 관련된 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다. 이 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정상이라면 돌연변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에 비해 표적항암제인 성장인자수용체 억제제(EGFR 억제제)의 효과가 좋다. 같은 대장암이라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

암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은 암 치료에 있어 아주 중요한데 최근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이 개발됐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한꺼번에 조사할 수 있어 기존에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유전자 분석법에 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암 표적치료제를 선택해 개인별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김희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존에 일반적인 유방암과 난소암의 항암화학요법은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 개별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유사한 암종에 시험해보고 경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기존 치료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적절한 유전자 표적치료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뇌로 전이가 잘되는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 있어서도 최근엔 다양한 폐암 표적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폐암 치료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폐암을 선제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가위로 항암제를 탑재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도 현재 상용화되고 있다. 장정순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의 주된 발병 원인 중 하나로 특정 유전자 활성화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은 특정한 표적 유전자 산물만 억제하는 표적치료가 적용돼야 한다”며 “흡연을 하지 않아도 특정 유전자 중에 EGFR 유전자 돌연변이와 ALK 유전자 변이 등으로 폐암이 발병하는 비율이 30% 정도 차지하는데, 이 두 가지 유전자의 산물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들만 사용해도 폐암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 면역관문억제제를 이용한 면역항암치료

지금까지 항암치료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암을 치료했다면 최근 ‘면역치료(면역관문억제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면역력을 높여서 면역세포가 암을 죽이게 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2015년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치료로 전이를 동반한 말기 흑색종을 완치해 이 치료법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 몸에는 암 세포를 포함한 이종물질을 공격해 죽이는 T면역세포가 있는데, 체내에는 과도한 면역력에 의한 자기 세포공격을 막기 위해 면역세포의 인지능력을 감소시키는 시스템(면역관문)도 있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암 조직의 성장을 막지 못하게 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세포의 암세포 인식 능력을 증가시켜 암세포 공격을 활성화한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인공면역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로,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CTLA4 억제제,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면역세포치료제, 면역바이러스치료제 등이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황인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현재 면역항암제(PD-1 억제제)는 비소세포폐암과 신장암을 비롯해 호지킨림프종, 두경부 편평세포암, 요로상피세포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독성 항암제 또는 방사선치료 등과의 병합요법을 통해 치료효과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들이 암 표준치료 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면서 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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