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Anatta_Tan / shutterstock]
‘환자 곁에서 환자 편에서’ 내가 30여 년 간 재직하고 정년 퇴임한 병원의 모토이다. 이 슬로건은 몸이 불편하여 찾아온 환자에게 ‘환자의 입장에 서서 환자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중요함을 한마디로 표현해 준다. 의술이 뛰어난 명의, 그리고 명의가 많은 병원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의사, 그리고 병원이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닐까?

많은 병원에서 친절한 의료진을 매달 선정하여 표창한다. 고객 감동을 위한 서비스 혁신 차원의 친절 마케팅 행사이다. 병원마다 친절 마케팅에 열심인 이유는 의료진의 친절도가 병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진의 친절은 마케팅의 관점보다는 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이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좋은 병원이라는 것은 시설 및 환경이 좋고, 고성능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우수한 의료진이 있는 병원일 것이다. 여기에 탁월한 치료 성적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좋은 병원의 바탕에는 의료진의 친절이 깔려 있어야 한다. 바탕에 친절이 없다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결코 좋은 병원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은 환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정한 의사의 친절에 대해 생각해 본다. 두 종류의 의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의사는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웃으며 부드러운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환자의 병에 대한 공부와 분석은 게을리한다. B라는 의사는 성격 상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딱딱한 듯 하지만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검사 결과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한 환자의 문제 해결에 열심이다. A와 B 중 어떤 의사가 진짜 친절한 의사일까? 이 질문은 우문일 수 있다. 둘 다 갖춘 의사가 좋은 의사이고 친절한 의사인 것이지 한 가지만 갖춘 의사는 제대로 된 의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쉽게 설명함으로써 환자의 신뢰와 호응을 얻어 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사의 친절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의사로서 전문가 정신으로 무장된 가운데 탁월한 의학적 실력까지 갖춘다면 진정 친절한 의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친절한 의사는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대할 때 환자가 지닌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되 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구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치료를 하는 의사일 것일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병의 원인은 물론 병명을 알 수 없는 힘든 환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 환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잘 모르면 선배 의사에게 묻고 의학서적은 물론 전문 잡지를 찾아보는 등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노력 여부와 노력의 정도가 한 환자를 살릴 수도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의사의 친절은 이때 진가가 발휘된다. 의사의 외적인 친절뿐 아니라 환자의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내적인 친절이 더해지는 것이 환자에게는 더 중요한 의사의 덕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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