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못지않게 위대한, 간염 분야의 퍼스트맨

[한광협의 간보는 사람의 간편한 세상] 간염 예방과 치료 토대 닦은 블룸버그 박사

바루크 블룸버그 박사 [사진=Wikipedia]

영화 ‘퍼스트맨’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도전과 시련을 담았다.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위성중계로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했다. 필자도 중학생 시절 이 장면을 직접 보면서 인류의 위대함을 느꼈다.

영화에서는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에 뒤쳐진 우주개발 경쟁을 만회하고자 ‘인류 최초의 달 착륙’ 계획안을 발표한 뒤, 8년 동안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험난한 도전과 희생의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인간의 작은 첫 발걸음이지만 인류의 위대한 도약이었다”는 ‘퍼스트맨’의 달 착륙 소감은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 달 착륙 성공의 자신감은 이후 지구 밖의 우주로 눈을 돌려 우주개발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퍼스트맨’이 달 착륙에 성공한지 50년이 되는 해. NASA(미국항공우주연구소)가 해야 할 일은 해왔던 일보다 훨씬 많아졌다. 아마, 우주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고, 다른 행성에 지성을 갖춘 생물의 존재를 찾는 것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미션일 것이다.

바루크 블룸버그 박사(1925~2111)는 이 핵심 연구를 담당하는 NAI(나사우주생물학연구소. NASA Astrobiology Institute)의 초대 소장으로서 우주생물학의 발전을 이끈 ‘퍼스트맨’이다. 그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다가 의학으로 전과해서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베일리올 의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의사로서 1976년 나사가 화성에서 생물이 존재하는지 알아본 ‘바이킹 생물실험’의 부정적 결과를 얻고, 이를 극복하려고 20여 년의 시행착오 끝에 1998년 설립한 NIA의 초대소장으로서 우주생물학의 방향을 설정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위대한 공헌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간염 분야에서 지구촌 수 억 명의 생명을 살리는 프로젝트의 ‘퍼스트맨’이다. 필자는 간염 분야에서 블룸버그 박사의 업적은 달 착륙 성공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B형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처음 밝혀내 B형 간염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공로로 그는 1976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고, 1982년 간염백신이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기여했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약 2억7000만명이 B형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약 100여만 명 이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5년부터 신생아에게 B형간염 예방접종을 전세계적으로 실시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20대 미만은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율이 현저히 줄었고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도전과 헌신 덕분이다.

WHO는 7월 28일로 ‘세계 간염의 날’로 정해 간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간염 퇴치를 위한 세계적 캠페인을 벌리는데. 이날은 블룸버그 박사의 탄생일이다.

블룸버그 박사가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지 50년 만에 이제 간염 퇴치를 선언할 수 있게 되었고,  WHO가 2030년까지 간염 사망자를 2/3이상 줄이고 새 환자 발생을 90%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게끔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중년 남성의 사망원인 1위가 간질환이었고, 이 가운데 B형 간염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만성 갈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국가가 됐다. B형 간염 백신의 보급과 신생아 예방접종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점과 1998년 경구용 B형간염 치료제의 국내 도입의 결과 덕분일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세 번 개별적으로 블룸버그 박사를 만났다. 2007년 일본 고베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에서 ‘퍼스트맨’과 자리를 함께 함께 했다.

필자는 30년 동안 진료현장에서 B형간염 치료에 있어서 3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았다. 즉 간장보조제로 보존적 치료에 의지하던 때, 인터페론으로 부분적 항바이러스 치료효과를 보던 시절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한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된 시절이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지 20년이 흘렀다. 처음 소개된 약제는 내성이 생기는 것이 문제였지만 지금 약제는 내성이 잘 생기지 않고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안전하다.

이제는 누구나 병이 깊어지기 전에 일찍 진단돼 성실하게 약을 복용하면 B형간염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해 사망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돼, 간질환이 중년 남성 사망 원인 1위의 자리를 넘겨주었고 국가에서 간질환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B형간염 환자들이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받지 않다가 간경변으로 진행돼 간이식을 기다리거나 간암으로 진행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을 통해 B형간염에 대해 꼭 알려주고 싶은 얘기는 1)B형간염을 갖고 있는지 검사를 받아 확인하고, 2)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상태와 치료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3)치료가 필요하다면 성실하게 의사의 지시를 따라서 장기간 항바이러스약을 복용하며 4)간암발생 위험군에 속하면 연 2회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으면 B형간염에 걸려도 정상인과 같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퍼스트맨과 뒤 이은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노력 끝에 이제 환자가 관심을 기울이고 의사의 지시에 따르면 간염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는다면, 환자와 가족에게 이 위대한 성과가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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