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 대신 약 처방 받을 수 있나요?
[전재강 쌤의 병원이용 꿀팁]
때마침 안산근처에 직장 다니는 아들이 필자 병원을 방문해, 외래접수를 하고 약 처방을 받아갔다. 이처럼 환자본인 대신에 가족 등이 진료하여 약 처방을 받아가는 것이 대리처방이다.
현행 의료법상 대리처방이 원칙상 불법이기에 일반인들은 대리처방이 안될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의료법에는, 환자가 의사로부터 직접 진료와 처방을 받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다. 환자 본인 외에 제 3자 진료는 금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병원 실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피치 못할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병원계의 계속된 요청에 따라 보건당국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대리처방이 가능토록 허용하고 있다. △같은 질병으로 재진 및 처방을 받는 경우 △오랜 기간 처방을 받아 온 경우 △거동이 불편한 경우 △주치의가 대리처방을 인정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대리처방을 위한 대리진료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단 가족이어야 한다. 외래 진료 시 가족확인과정에 있어 간호사와 대리진료인 간에 시시비비가 잦다.
필자가 속한 병원 신경과의 한 간호사는 “환자와 사촌지간인데, 가까운 친구인데 왜 대리진료가 안되는지, 자초지종을 따지는 경우가 빈발하다”며 “하는 수없이 병원협회에서 보내온 공문의 사본을 보여주면 그때서야 수긍한다”면서 애로사항을 말한다.
민법상으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간병인을 비롯해서 제3자의 대리진료를 받을 수 없다. 물론, 초진 환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리 처방이 불가능하다.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요청자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등 친족관계 확인서류를 구비하면 된다. 구비서류는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진료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모든 요건을 갖춰 대리 처방할 받을 때 진료비는 50%만 부담하면 된다. 모르고 다 냈다면 차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진료비 절감을 위해 고의적으로 환자 대리처방을 하는 ‘얌체 환자’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근절돼야 할 것이다.
대리 진료 및 처방의 예외조항을 둔 것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 거동 불편환자 등에게 편의 및 의료의 접근성을 고려한 것인 만큼, 취지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단순히 돈을 아끼려고 이 제도를 악용하면, 중요한 진료 기회를 놓쳐 나중에 더 큰 돈을 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보험은 공동체의 약속이기 때문에, 규칙을 지키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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