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CT나 MRI 조영제도 위험할 수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이야기]

[사진=Tuttoo / shutterstock]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이하 CT)과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이하 MRI)은 둘 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다른 검사로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CT에는 요오드화 조영제가 사용되고, MRI에는 가돌리늄 조영제가 사용되는데 이 조영제가 둘 다 신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이들 조영제 사용 후 각각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데 CT 촬영을 하여야 하나?, MRI검사를 하여야 하나?, 아니면 이들 검사를 포기하여야 하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CT 검사와 심혈관계 조영술에 사용되는 요오드화 조영제는 콩팥 손상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신독성물질의 하나이다. 이때 콩팥 손상은 조영제 노출 검사를 시행하고 하루 내지 이틀이 지나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다. 이후 3~5일 경 최고치에 도달하고 1주일 이내에 회복되는 경과를 거친다. 다행히 투석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손상과 영구적 손상은 드물다. 반감기가 2시간 정도인데 20시간이면 몸 안에서 완전히 배출되므로 하루 내에 반복 노출만 피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성콩팥병, 특히 3기 이후 환자에게는 콩팥 손상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원인질환이 당뇨병인 경우, 탈수가 동반된 경우, 그리고 고령의 어르신에서는 콩팥 손상의 위험성이 더욱 높다. 콩팥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사 전후 적절한 수액요법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좋다. 조영제도 비이온성, 그리고 저삼투성 조영제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양도 가급적 적게 사용하는 것이 콩팥 손상을 적게 일으킨다.

MRI 시 사용하는 가돌리늄은 요오드화 조영제보다 신독성이 심하다. 이러한 이유로 심혈관계 조영술이나 CT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가돌리늄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신원성 전신섬유증’이라는 매우 드물지만 치명적인 질병이다. 가돌리늄 투여 검사 후 1개월쯤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팔다리의 피부가 비후되고 경화되며 관절이 구축되어 보행이 불가한 상태가 된다. 가돌리늄은 콩팥을 통해 배설되므로 콩팥기능이 정상이거나 만성콩팥병 초기에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만성콩팥병 3기 이후, 특히 4~5기에는 신원성 전신섬유증의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적극 피해야 한다.

그러면 만성콩팥병 환자, 특히 4~5기 환자나 투석 환자에게 CT, 또는 MRI 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떤 검사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CT를 하자니 요오드화 조영제에 의한 신기능 악화 및 이로 인한 투석을 해야 하는 걱정이 앞서고, MRI를 하자니 가돌리늄을 사용에 따른 신원성 전신섬유증 합병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우선 잔여 신기능이 없는 무뇨증의 투석 환자에서는 MRI대신에 CT를 선택한다. 이때는 신기능이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잔여신기능이 남아 있는 투석환자나 4~5기 만성콩팥병 환자는 둘 중 하나를 불가피하게 선택하여야 한다. 단 MRI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저위험균 조영제를 사용하되 최소한의 용량으로 신중하게 사용할 것이 권유된다. 그리고 시행 직후 3시간 이내에, 그리고 3회 정도 혈액투석을 하면 가돌리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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