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입동, ‘입동 까치밥’ 깊은 뜻은?

겹겹이 입고 나서야겠다. 겨울이 시작한다는 입동(立冬)에 맞춰 전국 기온이 뚜~욱 떨어진다. 아침 영하 4도~영상 9도. 충청도와 경상도 내륙지역 곳곳에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낮 최고 12~19도로 일교차도 크다. 미세먼지 등급은 ‘보통’ 또는 ‘좋음’ 수준.

입동에는 김장을 하고, 소에게 먹일 여울도 준비하며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는 날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자기 집 월동준비만 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엔 겨울 추위에 떨 노인들에게 기력을 보강하라고 음식을 대접했는데 이를 치계미(雉鷄米)라고 한다. ‘꿩, 닭, 쌀’을 뜻하는 치계미는 원래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을 가리키는 말로,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모신다는 뜻이다. 살림 형편이 안 되면 미꾸라지를 잡아 노인들을 대접하는 ‘도랑탕 잔치’를 열었다.

선인들은 벼를 추수한 뒤에 논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았다. 입에 풀칠을 하기 힘든 누군가의 양식으로 남겨둔 것이다. 조상들은 또 감을 딸 때 겨울에 배를 곯을 까치를 위해 감 몇 개를 남겨두기까지 했는데 이를 ‘입동 까치밥’이라고 했다. 입동은 헐벗고 힘든 시절, 추위를 더불어 이기고자 했던 절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마음이 메말라 더 추운 겨울이 아닐까?

까치밥 하나 덩그러니 남기고
마을이 조용해졌다

멀리 뾰족 성당이 보이고
양로원이 보이고
창호지 같은 속하늘도 비쳤다
누구나 마음안에 설핏설핏
길 하나 보일 때쯤엔
살도 빠지고 말수도 적어지는 법

홀쭉해진 산
휘어진 나무들의 두 팔.

-송영희의 ‘입동(立冬)’

 

허나, 경제 온도가 차가워지고, 빈부 격차도 커질수록, 누군가와 함께 온기를 나눠야 덜 추울 것이다. 함께 하면 덜 차갑고 포근해진다. ‘나눔의 건강’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나누려는 마음만으로 뇌와 심장은 따뜻해진다. 입동 까치밥 걸린 나뭇가지, 겨우내내 마음에 걸기를, 까치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의 ‘옛 마을을 지나며’

이지원 기자 ljw316@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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