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기? 흰 고기?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사진=olgakr/gettyimagebank]
영양학 관련 연구들은 종종 충돌한다.

연구 방법의 설계 방법이나 데이터 분석법에 따라 실험 결과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탓에 오늘은 ‘건강하다’는 결과가 내일은 ‘해롭다’는 결론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당혹스러운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소 돼지 등 붉은 고기나 햄 등 가공육을 덜 먹을 필요가 굳이 없다는 게 골자다. 이는 붉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 심장 질환이나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캐나다 등 7개국 14명의 연구진이 기존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북미와 서유럽에서 육류 섭취량을 일주일에 3회 정도 줄였을 때 암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하는 경우는 1000명당 7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 정도의 감소는 큰 의미가 없으며, 가공육 섭취가 심장질환 및 당뇨병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이자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교 브래들리 존스턴 교수는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사람은 붉은 고기나 가공육 섭취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섭취량을 줄여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북미가 주요 분석 대상이란 점에 비춰보면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서 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북미인들에게 평소 식습관을 유지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면죄부를 준 셈.

뜻밖의 결론이 나오자, 연구진 중 세 명은 이번 결과를 식생활에 관한 최종적인 권고로 발표하는 것에 반대할 정도였다.

다른 학자들도 즉각 반론에 나섰다.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 영양학과 프랭크 후 학과장은 “정말로 무책임한 권고”라고 일축했다. 그가 지난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

그는 “이번 연구는 신약 연구에나 걸맞은 연구 방법론을 관찰적 연구들을 분석하는 데 적용했다”면서 “필자들은 대규모 집단을 추적 분석한 코호트 연구의 의미를 해체해버리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현실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방법론”이라고 평가했다.

201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90kg으로 1위. 한국인은 51kg으로 OECD 평균 64kg보다는 적지만, 중국(47kg), 일본(36kg)보다는 많다.

이번 연구와 관련한 논문들은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렸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주가 ‘타임’ 등이 보도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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