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저자, 판례에선 어디까지 인정했을까?

박창범의 닥터투닥터

사진 출처=Shutterstock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증 과정에서 딸의 의학 논문이 큰 논란이 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학문적으로 논란의 핵심은 저자적격여부(저자성)와 저작자 부당표시 문제이다. 저자성(Authorship)은 논문에서 ‘누가 저자가 돼야 하는가’이다. 저작자 부당표시란 논문이나 책 등 저술 전체에서 고의로 저자표시를 틀리게 한 것을 말한다. 이는 개별 아이디어나 문장의 출처표시를 넘어 저술 전체에 걸쳐 출처표시를 잘못한 경우로 간주해서 ‘비전형적 표절’의 한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교육부훈령 제263호, 제3장 연구부정행위 제12조 제4호에서 저작자 부당표시를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한 공헌 또는 기여가 없음에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공헌 또는 기여가 있음에도 저자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지도학생의 학위논문을 학술지 등에 지도교수의 단독 명의로 개제하거나 발표하는 경우’로 정하여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자 부당표시와 관련된 판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A 교수는 같은 대학의 시간강사 B가 혼자 저술한 책을 공저로 출판하자고 제안했다. B는 거절했고, 이에 A 교수는 편집원고에 자신의 저술부분을 더해 공저로 출간했다. 이에 B 강사는 저작권침해를 주장하였고 A 교수는 공저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맞섰다.

대법원은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 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설사 저작자로 인정되는 자와 공동저작자로 표시할 것을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법원은 공저가 아니라고 보았다(대법원 2009.12.10. 선고 2007도7181).

실제로 집필하지 않았으면서 실제 저작자의 동의 아래서 표지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표시해 저서를 출간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펴내고 교원평가자료로 제출하는 것은 어떨까?

대법원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위 규정에 따른 범죄는 성립하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불법임을 명확히 했다(대법원 2017.10.26. 선고 2016도16031).

조교수인 C는 같은 대학의 시간강사인 D로부터 넘겨받은 논문을 단독저자 또는 공동저자로 바꿔 학회지에 게재하고 이를 승진에 이용했다. 대법원은 “타인이 작성한 논문을 자신이 작성한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발표하고 위 논문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서류에 포함해 제출한 것은 교육자로서 인격과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제출해 승진한 것은 비록 A가 제출한 논문들 중에서 이 사건의 논문을 제외한 다른 논문만으로도 교수 승진요건을 충족하고 있어도 이는 승진임용심사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해할 위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도4772).

마지막으로 논문지도 교수가 논문지도과정에서 학생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후 학생이 쓴 학위논문을 일반논문 형식으로 수정해 학술지에 개제할 때 지도교수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도교수와 학생 자신의 공저논문으로 발표하는 관행은 어떨까? 이런 관행이 적법한 지에 대하여 법원은 학문의 특성상 지도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작성에 기여한 정도는 통상적인 지도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지도교수로서 지도범위를 넘는 실질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에 공동연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남형두, 연구자의 윤리: 표절과 저자성. 한국아동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016. 11, p21-59).

이러한 법원의 잣대는 의과대학의 현실에서 보면 저자성의 판단에 있어서 너무 가혹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설명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이공계에선 표현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경우가 많고 많은 인력을 요구하다 보니 실험실의 거의 모든 구성원을 공저자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하여 인문사회분야의 경우 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연구를 도운 것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집필에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디어 제공자나 연구보조자로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않은 자, 즉 집필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공동저자가 될 수 없고, 집필에 일부 참여하더라도 사소한 경우는 공동저자가 될 수 없다(남형두, 연구자의 윤리: 표절과 저자성. 한국아동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016. 11, p21-59).

이렇게 이공계, 특히 의학 논문작성의 저자선정 관행에 대하여 여러 변명을 할 수는 있지만, 이제까지 저자 선정이 엄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자녀 및 자녀친구를 공저자나 주저자로 올리는 것이 가능한 이유도 이런 불명확한 저자선정 관행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한의학회와 각종 학회, 의대 차원에서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교수들이 저자성과 저작자 표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행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앞으로는 의학논문의 저자선정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선정해야 하며 대학도 학술논문의 저자선정이 합당하였는지에 대하여 좀더 세밀하고 엄격한 검증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에서 저자 선정과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철저하게 가르쳐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많은 명문 의대에서는 저작권과 표절에 대해서 선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다른 과목은 아예 수강하지 못하게 한다.

또, 만약 한번이라도 저자선정에 대하여 문제를 일으킨 연구자는 즉시 학계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제를 고민할 필요할 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서 지적 절도이자 지적 사기이기 때문이다.

    에디터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