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주 7일 근무에 “심장수술할 의사가 없어요”

[사진=Blue Planet Studio/shutterstock]
심장병 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의사들은 주 7일 근무가 일상화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심장수술이 힘들고 의료사고의 위험도 높아 전공의들의 ‘기피 과’가 된지 오래다. 국내 흉부외과 의사들의 현주소다. 동남아 등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누가 한국에 오겠냐”는 ‘합리적인’ 지적에 힘을 잃고 있다.

고혈압이 국내 60대 이상의 약 65%에게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 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에 이상이 생기니 심장병, 뇌졸중, 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이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심장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심장을 살피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최근 흉부외과 전문의 97명을 대상으로 근무실태를 조사한 결과, 21%(20명)가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주 7일 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흉부외과 전문의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2.6시간이었지만 13시간 이상이 66%(52명), 15시간 이상 근무 전문의도 18%(17명)이나 됐다. 주당 근무일수는 평균 5.9일이었다.

근무시간은 평균 76.1시간이었지만 81시간 이상이 36%(35명), 101시간 이상 근무한 의사도 8명이나 됐다. 1명은 주당 138시간을 일하는 ‘기록’을 세웠다. 꼬박 밤을 새울 수도 있는 당직이 한달 평균 6.5일이었고 7일 이상 57%(55명), 10일 이상도 38%(37명)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 진료부터 수술, 안전 관리까지 도맡는 전문의들의 과로가 자칫하면 환자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의 중에 한 명이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길 경우 환자의 수술 일정도 뒤로 미뤄질 수 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흉부외과 뿐 아니라 힘든 수술을 하는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도 꺼리고 있다. 대신에 이른바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을 비롯해 안과, 피부과 등이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과거에는 우수한 의대생들이 외과, 산부인과에 몰렸지만 지금은 기피 풍조가 심화되고 있다.

수술 자체가 힘들고 의료수가도 낮아 개원 전망 등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 입장에서 보면 흉부외과 수술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비수익 의료 서비스다. 의사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고난도 수술이 많아 몇 명의 의료진이 매달려야 한다. 투입 인력과 장비를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분야다.

상황이 이러니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어 기존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외과‧흉부외과 수가 가산금 제도를 시행 중에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를 단 한 명도 뽑지 못해 전공의가 없는 병원에는 가산금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를 1명이라도 확보한 병원은 33곳에 불과해  흉부외과 수련병원 65%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19년 전공의 모집에서도 흉부외과는 미달이 속출했다.

의료계에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자리를 잡고 있어 흉부외과 전문의 공백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입원전담 전문의, 진료보조인력 등을 활용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진료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은 만큼 의료진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심장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의 국가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장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전문의 수는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흉부외과의 위기는 한국 의료의 위기가 될 수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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