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국내 생존율, 일본보다 40% 떨어지는 이유는?

[사진=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 조기 발견 및 전문 치료 마련을 위한 토론회 현장]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돌연사,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한다. 3년 생존율이 56%에 불과한 폐동맥고혈 환자들이 정책에서 소외되어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 조기발견 및 전문치료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폐동맥고혈압 조기진단 및 전문치료 방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장과 폐 등에 문제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심혈관질환과 희귀질환들이 다양하게 포함된 독특한 질환군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소아심장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군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5개의 폐고혈압군 중 1군에 해당되어 특발성, 유전성, 약물유발, 결체조직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을 말한다.

이날 제기된 주요 문제점은 유난히 한국만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폐동맥고혈압의 선진국 3년 생존율은 87%, 일본의 경우는 96%나 된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 56%에 불과해 절반을 웃돈다. 정 교수는 유난히 낮은 국내 생존율의 원인으로 조기진단의 어려움과 전문약제의 부족을 꼽았다.

정 교수는 “증상이 있어도 병인지 모르고 매일 숨차하다가 많은 환자가 숨진다”고 말했다. 질환 인지도가 턱없이 낮은 만큼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폐동맥고혈압의 대표증상은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 등인데,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증상이 유사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진단이 되어도 치료가 쉽지 않은 이유는 약제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의 주요 약제 10개 중 7종만이 국내에 허가돼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이 도입되지 않아 적극 병용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치료제가 없던 시기의 평균 생존 기간은 진단 후 2.8년에 불과했으나, 최근 다양한 약제의 개발로 평균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병용요법 시 기대 생존율이 7.6년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획기적인 생존율 향상의 이유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정부와 학회, 미디어가 함께 질환 인지율 향상에 애썼고, 다양한 전문약제의 적극적 병용을 허용했다”며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 등록연구 사업 후원이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병의 원인별로 진단 과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의 협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필수적”이라며 “폐고혈압 전문 치료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은 이미 특화된 전문 인력이 모인 전문 센터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정 교수 역시 “폐고혈압은 단일질환이 아닌 질환군으로, 약 15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희귀질환의 일부처럼 관리하면 치료가 매우 어려워 협진이 가능한 단독 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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