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많아도 피상적 관계면 외로워 (연구)

[사진=Antonio Guillem/shutterstock]
아는 사람이 많아도 관계가 얄팍하다면, 소수의 친한 친구를 둔 것보다 오히려 외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부정적 감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외로움의 정도가 심하거나 만성화되면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환의 위험률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회정신과학과 정신의학역학(Social Psychiatry and Psychiatric Epidemiology)’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의하면 외로움은 몇 가지 하위 유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정신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보이는 유형이 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교 연구팀은 일생에 한 번 이상 트라우마가 될 법한 경험을 한 18~70세 사이 영국 성인 1839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실험참가자들은 결혼을 했거나 동거 상태에 있었다.

실험참가자들은 연구팀이 준비한 테스트를 통해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에 대한 점수를 평가받았다. 사회적 고독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양적 평가이고, 감정적 고독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질적 평가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사회적 고독은 친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감정적 고독은 친구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평가한 조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험참가자들은 인생에서 경험한 트라우마, 우울감, 불안감, 정신적 웰빙 상태 등을 평가하는 설문 조사에도 응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의 17.1%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통계 기술을 이용해 외로움의 유형들을 분류한 뒤 그 차이점도 분석했다.

첫 번째 유형은 ‘낮은 수준의 외로움’으로, 이에 속한 사람들은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의 점수가 둘 다 낮았고, 실험참가자의 과반수가 이에 속했다. 두 번째 유형은 ‘사회적 외로움’으로 8.2%가 이에 속했는데, 이들은 사회적 고독의 점수는 높았지만 감정적 고독의 점수는 낮았다. 세 번째 유형은 ‘감정적 외로움’으로, 25%가 사회적 고독의 점수는 낮았지만 감정적 고독의 점수는 높은 이 집단에 속했다. ‘사회적·감정적 외로움’에 속한 사람들은 전체의 12.4%로, 두 가지 고독에 대한 점수가 모두 높았다.

외로움의 유형별로 고독한 정도에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외로움에 속한 사람들이 가장 덜 고독한 유형에 속했고, 사회적 외로움, 감정적 외로움, 사회적·감정적 외로움의 집단 순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커졌다. 특히 감정적 외로움과 사회적·감정적 외로움에 속한 사람들은 우울감, 불안감 등의 수치가 정신질환에 준하는 수준을 보였다.

즉 사회적 관계에 있어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이 정신 건강과 더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사회적 고독과 감정적 고독 수치가 둘 다 높은 집단이 전반적으로 정신 건강 상태가 가장 나빴지만, 양적인 부분과 질적인 부분만 따로 놓고 본다면 수적으로 친구가 많은 것보다는 소수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정신 상태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구를 양적으로 늘려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친구의 수만 늘리는 것은 정신 건강에 크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 어렵다는 선행 연구들이 있다. 이번 연구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아는 사람 늘리기에 집착하는 것은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신적 고통의 부담을 덜고 싶다면 소수라도 관계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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