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치매 잘 안 걸리는 이유(연구)

[사진=Rawpixel.com/shutterstock]

암을 극복하고 살고 있는 암 생존자는 치매 발생 확률이 낮다는 증거가 또 하나 추가됐다. 최근에 암 생존자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온 바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또 한 가지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연구팀은 1949년 전에 태어난 나이 든 미국인 1만 4500여명을 대상으로 16년간 추적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998~2014년에 기억력 기능과 관련된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2250명에게서 암이 새로 발생했다. 연구 결과, 암에 걸린 사람도 기억력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을 받기 전 10년 동안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력 감퇴가 10.5% 느린 비율로 진행됐던 사람들은 암 진단 후에도 이 비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암의 원인이 됐던 어떤 생물학적 과정이 실제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의 마리아 글리머 교수는 “암 세포를 자라게 하고 전이시키는 어떤 메커니즘이 뇌에서는 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로써 PIN1으로 불리는 효소가 있는데 이 효소의 활동은 암이 있을 때는 높아지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있을 때는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여러 가지 작용 중에서 이 효소는 알츠하이머병의 특징 중 하나인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노인정신의학과 과장인 올리비아 오케레케 박사는 “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다보면 주의력이나 정보 처리, 단기 기억력 등 정신 기능에 큰 타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암에 걸리면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곤혹스럽고 납득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암에 걸리기 전 기억력에 장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암이 발생하고 나서도 기억력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은 아주 유용한 연구 결과”라며 “이는 암을 유발하지만 한편으로는 뇌세포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시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More Evidence of an Inverse Association Between Cancer and Alzheimer Disease)는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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