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성애자는 헌혈하면 안 되나요?”

[사진=Lumen Photos/shutterstock]
오는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이런 날은 헌혈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헌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헌혈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형평성 논란까지 빚는 그룹은 바로 남성 동성애자들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규제하는 나라들이 많다. 혈액 기부 부적격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제한의 정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남성끼리 성관계를 했을 때 1년간 헌혈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소 12개월간 남성 간의 성관계가 없었을 때 헌혈이 가능하다.

HIV 1형과 2형의 혈액과 매독,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을 가진 혈액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가 법적 규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동성애 단체들은 의학적 근거가 아닌 호모포비아에 기반을 둔 규제라고 반박한다.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규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남성 동성애자의 HIV와 에이즈 감염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SABTO)도 2013년 남성 동성애자의 혈액 기증이 늘면 HIV 감염 혈액 수혈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규제 수준이 완화되는 추세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새로운 테스트 시스템의 유효성과 기증자들의 협조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수혈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심지어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은 3개월보다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HIV는 이성 간보다 남성 간의 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보통 1년 정도의 헌혈 금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연합 중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러시아, 라트비아 등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규제 찬성자들은 혈액 서비스는 안전한 수혈을 받기 위한 것인 만큼 고위험군에 속하는 기증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IV 감염 위험이 높은 기증자를 가려내자는 것이다. 이는 남성 동성애자는 물론 성 관련 종사자, 주사제 약물 사용자, HIV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은 난잡한 성관계를 갖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보다 위험도가 높은 기증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부가 허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몇몇 국가가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으로 남성 동성애자의 혈액 기증을 막고 있다는 점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금지령 해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제한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들은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안정성을 입증할만한 보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될 때 이 같은 정책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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