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만 암 검진? 중년여성들 “평생 주방 연기에 시달렸는데..”

[사진=vvoe/shutterstock]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폐암이 급격히 늘고 있다. 비흡연  폐암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8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폐암은 남녀를 합쳐서 2만 5780건 발생했다. 특히 여성 환자가 늘어  7990 건으로 여성의 암 중 5위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90% 정도는 비흡연자라는 통계(추정)도 있어 비흡연  폐암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비흡연자에게 나타나는 폐암 발생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30일 발표됐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와 서울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공동연구팀은 비흡연자 폐암 발생 유전자 돌연변이는 10대 이전 유년기에 생성될 수 있다고 했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지만, 암 융합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암 발생은 대부분 비흡연자에게서 발견된다. 융합유전자로 인한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비흡연 폐암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소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미세먼지는 폐렴, 폐암 발생을 증가시키고 폐기능을 저하시키며, 만성호흡기질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미세먼지는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전기그릴, 오븐 등을 사용해 조리를 할 때도 발생한다”고 했다.

박영식 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비흡연자 폐암의 빈도가 대략 전체 환자의 3분의 1정도로 비흡연자 폐암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과 발병기전이 밝혀져있지 않다”고 했다.

비흡연 폐암이 늘어나면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초기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기침, 가래 등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폐암의 사망률이 1위인 것은 늦게 발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7월 시행을 앞둔 정부의 폐암검진은 만 54~74세 남·여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 2년마다 시행된다.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와 폐암 검진의 필요성이 높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사람이다. 갑년은  하루평균 담배소비량(갑)×흡연기간(년)으로 산출한다. 1인당 11만원 정도인 폐암 검진비용의 90%는 건강보험으로 처리돼 대상자는 1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비흡연 폐암 증가 추세를 볼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흡연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데는 저선량 흉부 CT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비흡연자도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흡연자와 달리 미세먼지로 인한 폐암 환자는 ‘애꿎은 피해자’인 셈이다.  국가암검진 대상이 아니라면 11만원을 내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  평생 주방과 식당에서 일해온 중년 주부입장에선 만만치않은 액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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