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빵빵한 배, 변 잘 못 본다면 ‘허쉬스프룽씨병’ 의심

[사진=KatarzynaBialasiewicz/gettyimagesbank]
장 활동이 원활하지 않고 변을 제대로 못 보는 아이는 ‘허쉬스프룽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선천성거대결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생소한 질병은 장운동을 담당하는 장관신경절세포의 일부가 없어 변이 항문으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선천적 질환으로 5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남아와 여아의 비율이 4:1 정도 된다.

장관신경절세포는 태아일 때 입에서 항문 방향으로 이동하며 신체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발달이 멈춰 장의 일부에 신경절세포가 존재하지 않게 되면 장의 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음식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배가 불러온다. 구토, 장염, 변비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허쉬스프룽씨병은 출생 직후 48시간 이내의 변 상태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아기가 출생 직후 48시간 이내에 태변을 배설하지 않으면 이 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 발견하지 못했다 해도 이후 아이가 대변을 잘 못보고 구토를 하거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대체로 생후 3개월 전후 진단을 받는다.

병변부위가 짧으면 2~3세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증상이 경미하면 횟수가 적기는 해도 대변을 보기 때문에 단순 변비로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방치하면 복부팽만, 구토 등의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대변이 계속 정체하면서 대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질 수 있다. 장이 막혀 음식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장폐색, 장염으로 진행되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아이의 변비가 유독 심할 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는 직장흡인생검을 통해 하는데, 직장수지검사나 복부 X-ray, 대장 조영술 등의 방사선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병변의 위치와 길이 등에 따라 수술 방법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장관신경절세포가 없는 장 부분을 잘라내고 정상적인 장을 항문의 끝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상황에 따라 수술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장루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외과 나영현 교수는 “허쉬스프룽씨병은 선천적 질환이므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만성적인 복부팽만과 변비 등 조금만 신경 쓰면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 조기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며 “수술 예후는 좋은 편이나 소아인 만큼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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